얼굴에 지문 담았더니 우주가 보였다
얼굴에 지문 담았더니 우주가 보였다
  • 황인옥
  • 승인 2018.05.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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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석, 프랑스서 5번째 전시
한지에 얼굴과 지문, 별 그려
내면-우주 결합 직설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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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과 얼굴을 모티브로 내면과 전생, 그리고 우주를 포착하는 이우석 전시가 프랑스 파리 갤러리 89에서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우석 제공

얼굴이 있고, 지문이 있고, 별도 있다. 얼굴 속에 그 모든 것을 배치했다. 이우석의 작품이다. 그가 “우주와 내가 하나라는 이야기”라고 했다. 작가에게 얼굴은 우주인 것이다. 그런 그의 전시가 프랑스 파리 갤러리 89에서 열리고 있다. 2013년과 2016년에 이은 갤러리 89에서 여는 3번째 전시이자 프랑스 통산 5회째 전시다.

이우석의 트레이드마크는 얼굴과 지문. 특히 지문은 상처의 흔적이다. 어머니의 죽음과 맞닥뜨리면서 지문이 눈에 들어왔다. 망설일 틈도 없이 캔버스에 지문을 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에게 지문은 상실감을 극복하는 매개이자 주술적 상징이었다.

“유품을 정리하다 주민등록증에 마음이 끌렸어요. 주민등록증을 사용할 때마다 어머니의 지문이 남아있었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주민등록증에서 어머니의 온기가 전해졌죠. 어머니의 지문과 파장이 남아있는 한 우리는 영원히 함께 라는 생각을 했죠.”

작가는 지문과 얼굴을 개체화와 연결지었다. 일종의 정체성이었다. 그는 두 상징을 지속적으로 작품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재료와 기법까지 일관성을 가지기에 그는 너무 드라마틱한 사람이었다. 다양한 변화가 시도됐다.

카세트테이프 필름을 오브제로 활용하고, 물감을 두텁게 발라 질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때로는 부식 효과 위에 청동 물감을 덧칠해 시간성을 담아내기도 했다. 얼굴 속을 장미로 채우는 변화도 마다하지 않았다.

형태 변화도 다채롭게 진행됐다. 지문이 얼굴에 회오리치기도 하고, 얼굴 외곽 여백을 장식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화폭 전체가 지문에 잠식됐다. 지문 속에 깨알 같은 얼굴이 점처럼 박히기도 했다. 그가 “형태와 재료에서의 다양한 시도는 개체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였다”면서 “다양성 외에도 작품 속 주제는 계속해서 작품의 변화만큼 확장되어 갔다”고 했다.

“처음에는 개체의 정체성에서 시작했고, 다양성도 다뤘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갔고, 불교의 인연법과 윤회사상으로까지 탐구했죠. 결국 마지막 여정은 우주였어요.”

개별성과 전체, 인간과 우주는 작품 속에서 ‘따로 또같이’ 전략으로 구사됐다 . 작은 캔버스 수십 장에 각각의 이미지를 아로새긴 후 수십장의 화폭을 하나의 작품으로 벽에 거는 식이다. 전체와 개체의 이분법과 통합법이 자유자재로 구사된 배경에는 연대의식이 있다.

그가 “빅뱅을 통해 우리가 개체로 분리됐지만 모두 하나의 점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운명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나로부터의 시작’이 전제가 되면 지금의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갈등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의지하고 돕는 공동체 관계로 발전하게 되죠.”

이우석에게 프랑스 파리는 말로 설명 안 되는 영적 에너지의 도시다. 딱 꼬집어 설명할 순 없지만 전생에 파리 시민이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게 한 도시다. 그만큼 친근했다. 그가 프랑스에서 전시를 5회 하고, 전시 때마다 꽤 높은 가격에도 작품이 팔린 이유를 영적에너지와 연관 지어 설명했다.

“얼굴이나 지문, 전생, 윤회는 프랑스에서는 낯선 개념이죠. 그래서 그들에게 신비롭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이우석의 작품은 호기심으로 시작해 깊은 성찰로 이끈다는 작품평들을 해 주었어요.”

이번 전시에는 신작들을 걸었다. 한지에 그리고, 족자로 걸었다. 동양의 종교와 철학을 서양회화로 표현하고, 동양의 한지와 족자로 갈무리해 흡사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사실 이 변화에는 웃픈 현실이 있다. “캔버스는 운반에 비용과 수고로움이 들어요. 운반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한지와 족자로 해 말아 가면 여행용 가방에 많은 양이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했죠.”

특히 이번 신작은 우주적인 느낌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대놓고 우주의 상징인 별을 대입해 우주를 드러냈다. 한지는 우주적인 느낌을 배가하는데 신의 한수다. 한지와 족자, 지문, 얼굴, 별. 각각의 낱말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달라는 주문에 “결국 내면이고, 우주”라고 했다.

“전 세계가 물질에 잠식당하고 있어요. 그러나 물질은 분명 한계에 부딪히죠. 그때 우리가 가야할 곳은 내면 밖에 없죠. 우주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우주가 있으니 우주를 보려면 내면으로 가라는 거죠.” 전시는 27일까지.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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