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모든 일의 시작은 언제나
<대구논단>모든 일의 시작은 언제나
  • 승인 2010.01.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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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 교육학박사)

큰 제방도 작은 쥐구멍으로 인해 무너지듯이 모든 일의 시작은 언제나 지극히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도 커서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최근 영화로 만들어져 더욱 널리 알려지고 있는 이야기 속의 트로이 전쟁도 그 시작은 실로 작은 사과 하나에 있었다.

패리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의 아들로 왕비는 패리스가 태어날 때 온 도시가 불타는 꿈을 꾸었다. 그러자 예언자는 그것이 트로이의 멸망을 의미하는 불길한 전조이므로 아기가 태어나면 죽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차마 자식을 죽이지 못한 프리아모스왕은 패리스가 태어나자 양치기에게 아기를 이데(Ide)라는 산에 버리도록 했다. 양치기가 5일 만에 다시 가보니 놀랍게도 아기는 곰의 젖을 먹으며 아직 살아있었고, 아기를 불쌍히 여긴 양치기는 자신이 직접 키우기로 했다.

양을 치며 평화롭게 살고 있던 패리스의 운명은 실로 우연하게 바뀌게 된다. 그 무렵 이웃나라의 펠리우스 왕은 바다의 요정 테티스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면서 모든 신들을 초대하였다. 그런데 우연한 실수로 싸움의 여신인 에리스를 빠뜨리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에리스는 피로연 좌중에 황금 사과를 하나 던졌는데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라고 씌어져 있었다. 그러자 세 명의 여신 즉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가 각각 자신이 사과의 주인이라고 다투게 되었다. 세 여신은 조금도 양보 없이 싸우게 되었고, 다른 신들에게 판결을 부탁했지만 싸움에 휘말리기 싫은 신들은 판결을 거절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여신은 산기슭에서 목동 노릇을 하는 훤칠한 청년 패리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패리스는 여전히 자기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세 여신은 아무 것도 모르는 패리스에게 황금사과를 던져주고는 누가 이 사과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 판결을 부탁했다.

아테나는 자기에게 사과를 던져주면 어떤 전투에서도 이길 수 있는 무적의 힘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헤라 여신은 소아시아 전체의 통치권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프로디테는 미소를 지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패리스는 아프로디테를 택했고, 여신의 약속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헬레네를 아내로 맞게 되지만 그것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왜냐하면 헬레네는 이미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였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에 사신으로 간 패리스가 그곳에서 헬레네를 보고는 한눈에 반해서 자기 나라로 데려오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메넬라오스 왕은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고 그 결과는 두 나라가 너무 치열하게 전쟁을 하는 바람에 모두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패리스는 전쟁 중에 최고의 영웅인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를 쏘아 죽이지만, 얼마 후 자신도 화살에 맞아 죽고 만다.

작은 사과 한 알이 이처럼 역사를 바꾸듯 작은 시작이 큰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아무리 높고 단단한 성벽도 최초의 벽돌 하나 때문에 허물어지고, 아무리 큰 부자라도 계속 낭비하면 망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작은 말 한 마디가 원수를 만들고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영원한 친구를 만든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든지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티끌 모아 태산’과 같은 속담이나 격언은 한 결 같이 이처럼 작은 것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나 그 시작의 주인공은 언제나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나 내가 시작해야 비로소 시작된다.

자, 이 연초(年初)에 우리는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성경에서도 `네 시작은 심히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고 축원하고 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지극히 작게 시작됨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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