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결혼하는 시대가 온다
로봇과 결혼하는 시대가 온다
  • 승인 2018.05.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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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결혼정보 대표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절친의 이야기다. 늘 밝고 명랑한 그녀의 목소리가 요즘 들어 축 처진 느낌으로 전화선을 타고 온다. 그녀는 이십 년 전에,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갔다. 먼저 미국 생활을 하고 있던 언니의 도움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사업에 성공을 했다. 한국에 있을 때 우리는 친자매처럼 친했다. 붙임성도 많고 정이 많은 그 친구는 맛난 음식이나 좋은 물건이 있으면 내게 아낌없이 주곤 했다. 가끔씩 그 친구와의 정이 그리워 옛 생각이 날 때가 있다. 복잡한 사회적 관계망과 바쁜 일상 탓에 우리는 한동안 소식이 뜸하였다.

서로가 통했는지 어느날 전화 통화에서 그녀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좋아하던 골프도 시시해졌고 인간관계도 회의가 온다 했다. “너 같은 친구 한 사람만 옆에 있어도 미국 생활이 힘들지 않을텐데…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진정한 친구가 없는 것 같아. 사람들이 너무 이기적이고 이해타산적이야.”라고 푸념했다. 머지않아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에 와서 살 생각이라 했다.

그녀의 우울한 목소리에 진한 외로움이 묻어났다.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정신적 빈곤이라 할까. 몸이 아플 땐, 나 오늘 왜 이렇게 힘들지? 몸살이 오는 것 같아. 서랍에 있는 아스피린이라도 먹어볼까? 심해지기 전에 병원부터 가야 될까? 소소한 것이라도 들어내놓고 물어보고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외로운 사람들이 로봇과 결혼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로봇과 대화하고, 로봇과 생활하다 보면 실제 사람과의 관계처럼 발전하게 되고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남녀 간의 짜릿한 사랑은 아닐지라도 로봇과 정이 든다는 것이다.

혼밥·혼집·혼술 등이 유행하면서 비혼족이 갈수록 늘고 있다. 반려동물이 인생의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소셜 네트워크의 확대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와 가입된 밴드는 포화상태지만, 진정한 이웃이 사라지고 있다.

현대인들은 군중 속의 고독으로 힘들어한다.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행위가 만든 결과다. 일본에서는 ‘가족 대여 산업’이 성행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신랑·신부가 대행업체를 통해서 하객을 돈을 주고 모셔온다. 역할을 맡은 가짜 배우들이 판치는 세상이 오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여인 조각상과 운명적 사랑에 빠졌다. 그 사랑에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이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결혼에 골인했다. 신화가 현실로 오고 있다. 연예인 못지않은 수려한 외모에 다정다감한 멋진 로봇이 남편이 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명문대 졸업에 전문 직종, 얼짱·몸짱을 갖춘 완벽한 신랑 후보감이 있다. 부모의 재력까지 타고난 금수저다. 예비신랑의 엄마는 내게 지적이고 교양 있는 태도로 며느리감을 부탁했다. 완벽한 신랑감에 어울리는 규수를 찾고 있었다. 아들과 비슷한 조건에 사돈의 재력도 비슷해야 되고, 외모는 상으로는 안되고, 최상이어야 된다고 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런 최상의 조건인 파트너를 만나도 성격이나 마음이 안 맞으면 행복한 결혼에 대한 보장은 없는데… 나는 아직 전문가가 되기는 멀었나 보다. 최상의 조건을 프로그램에 적용한 완벽한 로봇이 나의 능력을 비웃듯 눈앞에 아른거리니 말이다.

인간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서로가 채워주는 맛에 평생을 함께 갈 수도 있다. 누군가가 말했다 인생은 미완성이라고. 그래서 반쪽의 동반자를 만나 하얀 여백에다 서로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채워간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환경과 조건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한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이상형만 찾다보면, 결국 로봇과 결혼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미래의 세상이 두렵고 당혹스럽다. 인간의 편리성에 의해 만든 로봇이 우리의 감정까지 지배한다. 갈수록 감정이 메마르고 소외된 인간들은 어쩔 수 없이 로봇에게 애정을 구걸한다. 다가오는 미래 어느날 맞선 자리에 나온 아름다운 여성에게 “당신 혹시 로봇이예요? 인간이예요?” 묻는 해프닝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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