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골목 스토리 풍부
골목골목 스토리 풍부
  • 윤주민
  • 승인 2018.05.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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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근현대사 ‘흔적’
애향심 고취 교육현장
김영현과 함께하는 대구의 걷기 길 <21> 중구 골목 투어길
‘대구 新택리지’ 발간 계기 개발
접근성 좋은 5개코스 총 14.6㎞
외지 관광객 등 ‘필수코스’ 각광
지역 최초 양옥집 ‘정소아과’ 건물
‘마당 깊은 집’ 김원일 소설속 등장
물건 싸게 팔아 이름이 ‘염매시장’
봉산문화거리엔 일 년 내내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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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투어2
동산의료원 선교사 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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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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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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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우 나무
골목투어3
청라언덕 노래말 설명비.


<중구 골목 투어길>은 도보여행에 적합한 길은 아니지만 대구의 걷기길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1906년까지 경상감영 주변으로 대구읍성이 있어서 골목마다 대구 역사를 온전하게 간직하고 있다. 또한 골목 투어길 탐방은 대구에 살고 있다는 정주의식(定住意識)을 갖게 하고,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골목 투어길은 교통이 편리하여 접근이 용이하고, 지금도 각종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고 문화 컨텐츠가 만들어지는 곳이기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찾고 있고, 이처럼 풍부한 스토리를 간직한 곳이기에 대구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걸어야 할 곳이다. 학생들에게는 지리, 역사, 대구의 정체성 찾기, 지역의 공동체 의식 함양, 애향심 고취, 도시 이미지 향상을 위한 교육 현장으로 이용된다. 외지 관광객에게는 사라져가는 대구 근대의 모습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2007년 거리문화시민연대가 7년 동안의 노력 끝에 발간한 <대구 新택리지>를 계기로 2008년부터 중구 골목투어가 시작되었다. 골목 투어길은 모두 5개 코스로서 총 14.6km의 걷기길이다.

△제1코스(경상감영 달성길): 경상감영공원~대구근대 역사관~향촌 문화관~북성로~ 경찰역사 체험관~종로초등(최제우나무)~달서문~삼성상회~ 달성공원(3.25km) △제2코스(근대문화 골목길): 동산선교사 사택~ 3.1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 고택~계산예가~에코 한방 웰빙 체험관~제일교회~ 약령시 한의약 박물관~영남대로~종로~진골목 화교소학교(1.64km) △제3코스(패션 한방길): 쥬얼리 타운~교동 귀금속거리~동성로~남성로(약령시)~서문시장(2.65km) △제4코스(삼덕 봉산 문화길):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삼덕동 문화거리~김광석 거리~경북사대부고~봉산 문화거리~대구 향교~건들바위(4.95km) △제5코스(남산 100년 향수길): 반월당~보현사~관덕정 순교기념관~남산교회~상덕사(문우관)~성유스티노 신학교~성모당~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2.12km)


#얽힌 이야기

제1코스 <경상감영 달성길>의 출발지는 경상감영공원이다. 상주(尙州)에 있던 경상감영이 임진왜란 후(1601년) 대구로 옮겨오면서 대구가 경상도의 중심이 되었고, 관찰사가 상주하던 경상감영 주변에는 1736년 대구읍성이 축성되었다. 1906년 대구 군수이던 친일파 박중양이 대구읍성을 허물었고, 경상감영에는 1965년까지 경북도청이 있었다. 도청이 북구 산격동으로 옮겨간 후 중앙공원이 되었고, 1997년에는 경상감영공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대구 근대 역사박물관>은 근처의 <희움 일본군 위안부역사관>, <향촌문화관>과 함께 대구의 근현대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여러 전시실에서 다양한 근대의 모습이나 대구시민들의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다. 대구 근대 역사박물관 옆 중부경찰서에는 <경찰역사체험관>이 있다. 경상감영 감옥이 있던 곳에는 종로초등학교가 들어섰고, 종로초등학교에는 <최제우 나무>가 있다.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가 민심을 혼란케 한다는 죄목으로 경상감영 감옥에 구속되었다가 관덕정 밖 아미산에서 처형되었는데, 수령 400여년의 회화나무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았을 것이라 생각되어 최제우 나무라 명명하였다. 중부경찰서에서 서쪽으로 나가면 서성로에는 대구부성(大邱府城) 달서문 터(達西門址)가 있다. 달서문은 대구읍성의 6개 문(영남제일관, 진동문, 공북문, 달서문, 동소문, 서소문) 중에서 서쪽에 있던 문이고, 조선 후기까지 달서문 앞(오토바이 골목)에는 삼남지방의 최대인 서문시장이 있었다. 달서문 터에서 서쪽으로 가면 중구 인교동 공구골목에는 1938년 세워진 삼성그룹의 모기업인 삼성상회(三星商會) 옛 터가 있다. 삼성상회를 지나 1코스의 종착지는 달성토성(공원)이다. 달성토성은 <삼국사기>에 216년 달벌성(達伐城)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는 삼한시대 토축 성곽이고, 1736년 대구읍성을 쌓을 때까지는 대구의 중심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동물원을 만들어 지금은 달성공원으로 부른다.

제2코스 <근대문화 골목길>의 출발지는 동산의료원 선교사 사택이다. 지금은 의료박물관, 교육박물관, 선교박물관으로 개조된 사택을 지나면 3.1 만세운동길과 90계단이고 계단을 내려오면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 지은 제일교회가 있다. 제일교회에서 길을 건너면 대구 최초의 성당인 계산성당이다. 계산성당 뒤편이 이상화 고택과 서상돈 고택이다. 이 지역은 옛날 명나라 장수 두사충이 살던 <뽕나무 골>인데, 두사충의 이야기를 골목골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상화 고택 옆에는 <계산예가>가 있어 도심 골목 투어의 시설과 역사를 시청각 자료로 보여준다. 남성로 옛 제일교회 앞에 있는 <에코 한방 웰빙 체험관>은 지구 환경, 한방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힐링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약령시 골목에는 옛 제일교회 건물이 고색창연하고, 교회 옆에는 <대구 약령시 한의학 박물관>이 있다. 약전골목이라 알려진 이 길은 대구읍성의 남쪽에 있던 길이어서 남성로(南城路)로 불리며, 조선시대에는 영남대로가 통과하는 길목이었다. 종로에는 골목이 길어서 이름 붙여진 <진골목>이 있고, 진골목에는 대구 최초의 양옥집이라는 정소아과 건물과 오랜 전통의 미도다방이 있다. 미도다방은 대구 시니어(senior) 문화를 주도하는 어르신들이 출입하는 옛날식 다방이다. 도라지 위스키는 팔지 않지만 계란 노른자를 띄운 쌍화차를 센뻬이 과자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종로는 종각(鐘閣)이 있던 도로를 말하는데, 경상감영과 영남제일관을 잇는 대구의 중심도로였고, 동성로(東城路)로 상권이 옮겨가기 전에는 대구의 중심 상권이었다. 종로에는 소설가 김원일의 소설에 등장하는 <마당 깊은 집>이 있고, 1905년부터 대구로 이주한 중국인들이 세운 화교소학교가 있다. 화교소학교가 2코스의 종점이다. 2코스는 대구의 근대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관광과 체험 공간이 많아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길이다.

제3코스 <패션 한방길>의 출발지는 중구 동문동의 <패션 주얼리 타운>이다. 패션 주얼리 타운은 근처의 교동 귀금속 거리와 함께 귀금속 주얼리 복합 센터이다. 대구읍성의 동쪽에 있던 동성로(東城路)는 종로와 북성로 상권이 쇠퇴하면서 대구 최고의 번화가가 되었다. 동성로는 젊음의 거리답게 인디 뮤지션(Indie Musician)들의 버스킹(Busking) 공연이 사시사철 열리며 언제나 젊음의 기운이 꿈틀거린다. 동성로를 지나면 약전골목에 이르는데, 2코스와 겹친다. 약전골목으로 알려진 약령시에는 대구읍성의 정문이자 남문이었던 영남제일관이 있었고, 남쪽에는 물건을 싸게 팔기에 이름 붙여진 염매시장(廉賣市場)이 있고, 이 주변은 대구읍성의 남쪽 성곽을 따라 형성된 도로이기에 남성로(南城路)라 부른다. 주변에 350여개의 한방재료상이 있어 남성로를 따라 길을 걸으면 한약 달이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한약냄새가 강렬하여, 이 길은 걷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있다. 서문시장은 조선시대부터 전국 3대 시장(안성장, 강경장, 서문장)으로 유명하였다. 3코스의 도착지 서문시장은 17세기 후반에 달서문이 있던 오토바이 골목에서 번성하다가 1922년 천황당지(天皇堂池)라는 못을 메우고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4코스 <삼덕봉산문화길>은 5km 정도의 가장 긴 코스이다. 출발지는 중구 동인동 2가에 있는 국채보상기념공원이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서상돈, 김광제 등의 제안으로 일본에서 도입한 차관 1300만원을 갚아 주권을 회복하자는 주권수호운동이었다.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대구시립중앙도서관 혹은 달구벌 대종을 지나 동쪽으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일본식 가옥, 삼덕동 주민 센타에 이르면 <삼덕문화거리>가 시작된다. 벽화거리와 삼덕초등학교를 지나면 제방을 따라 형성된 방천시장에 이르고, 방천시장에는 음유가객(吟遊歌客)으로 유명한 <김광석 길>이 있다. 어린 시절 김광석이 잠시 살았던 곳에 만들어진 김광석 길은 지금은 대구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거리가 되었다. 김광석 길을 돌아 삼덕 네거리, 경북대학교 치과대학 병원, 경북대 사범대 부속 고등학교를 지나면 <봉산문화거리>에 이른다. 봉산문화거리는 대구학원에서 봉산오거리까지 600m 정도이고, 주변에는 20여 개의 갤러리가 있어 일 년 내내 전시행사가 열린다. 봉산문화거리를 지나면 제일중학교와 향교이고 제일중학교 교정에는 거북바위가 있다. 거북바위(龜巖)가 있는 이곳은 대구의 안산(案山)이었던 연귀산(連龜山)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연귀산에서 정오를 알리던 오포(午砲)를 쏘았기에 오포산(午砲山)으로 부르기도 한다. 연귀산에 피어오르는 봄 구름이 아름다워 서거정은 귀수춘운(龜峀春雲)을 대구10경으로 하나로 꼽았다. 대구향교는 교동에 있었으나, 1932년 일제에 의해 지금의 남산동으로 옮겨왔다. 중구 대봉동의 건들바위는 옛날 대구천이 흐르던 곳에 만들어진 하식애이다. 건들바위를 삿갓바위 혹은 삿갓 쓴 노인의 모습이어서 입암(笠巖)이라 부르고, 서거정은 대구 10경의 하나로 입암조어(笠巖釣魚)를 남기고 있다. 건들바위가 4코스의 도착지이다.

5코스 <남산 100년 향수길>의 출발지는 반월당이다. 동화사 도심 포교당인 보현사를 지나, 동부 교육지원청을 지나면 <관덕정 순교기념관>이 있다. 이 지역은 경상감영에서 남쪽을 보면 미인의 눈썹을 닮았다 해서 아미산(峨眉山)이라 불렀고, 조선시대에는 중죄인의 처형장이었다. 중국의 아미산은 보현보살이 상주하는 영험이 있는 산이므로 아미산에 세운 사찰은 보현사가 된다. 천주교 순교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관덕정 순교기념관> 옆에는 남산교회와 상덕사가 있다. 관찰사 이숙, 유척기의 선정공덕을 기리는 향사(享祀)를 하던 상덕사(尙德祠), 문우관(文友觀), 남문시장을 지나면 대구 최초의 천주교 전래를 기념하여 조성된 <가톨릭 타운>이 있다. 대구지역으로 전래된 천주교는 초기에는 왜관의 신나무골, 칠곡의 한티재 등지에서 박해받았고, 마침내 대구로 전래되어 남산동을 근거지로 널리 퍼져나가게 된다. 가톨릭 타운에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 캠퍼스(김수환 추기경이 졸업생으로 유명하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성직자 묘역, 성모당, 계산 성당,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 등이 모여 있다. 이곳은 이국적인 고건축물이 많아 관광객이 몰리고, 성모당에는 순례자들의 참배가 이어진다. 성모당 안쪽의 성직자 묘지에 쓰인 ‘HODIE MIHI, CRAS TIBI(Today me, Tomorrow you)’라는 라틴어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칼럼니스트 bluesunk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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