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핵화(無核化) 회담
무핵화(無核化) 회담
  • 승인 2018.05.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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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예정돼 있던 6·12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까지 공개했다.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거침없는 발언과 신속한 의사결정에 대해서 부러움을 금할 길 없다. 공개서한의 주요내용은 적대적인 북한의 대미 표현과 적대감으로 인해서 회담을 무산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이 ‘말을 함부로 했기 때문에 회담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하필이면 남북의 평화적인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말이다.

이번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세계의 평화와 함께 북한의 경제적인 발전가능성을 염두에 둔 터라 그 기대감은 세기적인 것에 가까웠다. 특히 트럼프대통령이 ‘북한은 이번 기회를 통해 테러국가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각국의 투자가 이루어질 수도 있는 기회를 잃게 되었다’고 한 발언은 어찌 보면 한 국가에 대한 예의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상회담은 강대국과 약소국의 갑을회담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회담 무산 발표에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을 ‘문제인물’이라 지칭하고 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회담이 결렬될 수도 있음을 수없이 시사해왔으며,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지 않으면 최근 ‘카다피 사살’로 종결된 리비아식 결말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협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부상은 담화문을 통해서 “핵보유국인 우리를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아둔한 얼뜨기인가 알 수 있다”며 강하게 피력했다. 또 담화문에서 “북한은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는다.”며 “회담장에서 만날지 핵 대 핵 대결장에서 만날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처신에 달려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모든 언쟁(言爭)의 근원은 ‘무시와 과장’에 있다. 회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과거의 악연을 되풀이하며 뒤끝을 보여준 미국이나 이에 발끈하여 국가의 자존감을 내세운 북한이나 크게 잘한 대목은 없어 보인다. 정상회담을 앞둔 양국 수반은 적절치 못한 처신을 보여줬다.

한편 북한은 지난 12일 북한 외무성 공보를 통해서 밝힌 대로 24일에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미국·중국·러시아·영국 등 5개국 국제 기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 실험장을 연쇄 폭파 방식으로 5시간에 걸쳐서 폐기했다. 북한의 6차례 핵실험이 모두 진행된 풍계리는 주요 실험장이고, 내부 갱도까지 폐기가 이루어진 것까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발 2205m 만탑산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입구에 있는 흙과 바위가 무너져 내렸다는 기자단의 전언으로 미루어 폐기가 이루어지긴 했나보다. 북한은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3명을 신속하게 석방함으로써 북미회담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줬다. 게다가 기존의 일정대로 풍계리 실험장을 폐기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혹자는 회담의 의제가 양국 간의 이해와 맞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이 또한 현실적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현재 핵 확산 금지 조약(NPT)에서 인정하는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화인민공화국 등 5개국이다.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비공식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핵화(非核化)는 근시안적으로는 핵의 확산을 막는다는 의미가 될 수 있지만, 결국 지구상에서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자는 데 의미가 있다. 한 마디로 ‘나만 가지고 있겠다.’가 아니라 ‘우리 모두 갖지 말자.’여야 한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아니면 포르투갈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 (Jose Saramago)가 발표한 소설처럼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고 만다. 이는 국제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타국의 핵개발에 촉각을 세우고 그들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핵보유국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핵무기가 매우 강력하고 이 무기를 북한에 쓸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위협적인 발언을 전 세계에 남겼다. 북미회담의 무산으로 전 세계의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다. 그 불안감의 근원은 두 국가에 대한 불신감이다. 미국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원수를 철없는 아이로 묘사하며 가십거리로 삼아온 지는 이미 오래다. 얼마나 오랫동안 모욕적인 삽화나 사설들을 통해서 표현해왔던가. 핵의 확산을 막기 위해 보유국들 간에 ‘그들끼리의 조약’을 맺을 것이 아니라, 무핵화(無核化)를 위한 협약이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핵보유국이 다혈적인 지도자가 집권하게 되면, 자연재해보다 몇 배나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상식이 답이다. 강대국들이 의기투합할 수 있다고 해서, 약소국들의 인권과 국권까지 결정지을 수는 없다. 행복지수는 그들의 몫이다. 혐오식품도 누군가에게는 영양식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번 기회에 핵무기 기존 보유국들까지 같은 날 같은 시에 핵무기를 점차적인 단계를 거쳐 폐기하는 캠페인이 진행될 수 있다면, 적어도 서로가 서로를 극단적으로 위협하는 일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남과 북이 얼싸안고 반세기 동안 묵혔던 감정을 씻어내고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낸 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북한과 미국은 좀 더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미 협상은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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