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이 전부가 아니더라”…다이어트 시작한 정물화
“채움이 전부가 아니더라”…다이어트 시작한 정물화
  • 황인옥
  • 승인 2018.05.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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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아트피아, 내달 5일부터 권유미전
꽃 주변 화려하게 꾸미다가
간결한 선과 여백 조화 집중
채색·기법에 민화 요소 차용
작품1
2018년 작.

화려함을 벗고 담백한 원숙미를 입었다. 꽃 작가 권유미의 변화된 작품 세계다. 40대 중반을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온 변화다. 그녀는 화려한 화병에 눈부신 꽃들을 배치하며 꽃 작가로 활동해왔다. 그런 그녀가 채웠던 것을 비워내니 내면까지 편안해진다고 했다. 권 작가가 내려놓고 비워내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작년에 그린 그림이 100점이었다. 엄청난 작업량이었다. 그런데 문득 비우면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제 화폭에도 절제가 시작됐다.”

권유미의 작품은 정물이다. 소재가 꽃이고, 그 주변을 자개 등으로 장식된 화병과 주전자, 찻잔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꽃이나 주변에 놓은 기물이나 화려함의 극치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물질적 풍요나 정서적인 넉넉함을 선사하고픈 의식의 발로다.

“화병에 꽂힐 때가 꽃으로서는 가장 화려한 순간이다. 그 최고 순간의 꽃을 나만의 방식으로 담아내며 관객들 마음에도 꽃을 선사하고 싶었다.”

서양화 중에서도 정물로만 단정 짓기에 그녀의 꽃에는 또 다른 철학이 숨겨져 있다. 바로 심상화다. 여기에 민화적인 요소가 가미된다. 마음이라는 여과장치를 거친 꽃에 구성이나 채색, 기법에서 민화적 요소를 차용한다. 원근법과 거리를 두고 직관으로 그린 작가의 꽃에 몽환미와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그득하다.

“색감이 화려한 서구풍 같지만 자세히 보면 한국민화 같기도 하다. 나만의 방식으로 입체감을 뺐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내면에 화학반응이 일었다고 했다. 세상이 애틋하게 보이고 비움의 미학에도 관심이 갔다. 내적 성찰이 시작된 것. 그림에도 사색이 담기기 시작했다. 꽃은 계속 가져가되, 화려함을 쏙 뺐다.

선 중심의 간결한 구성으로 선과 여백의 조화를 추구하고, 색채도 절제를 했지만 아직은 과도기다. 작가 자신도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

“언제까지나 화려하지 않다는 깨달음이 왔다. 지금까지 다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부터는 여백에도 관심을 주며 인생의 진리를 담고 싶다. 비움으로 깊이를 들여놓고 싶다.” 전시는 수성아트피아 멀티홀에서 5일부터 10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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