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이야기
안전 이야기
  • 승인 2018.05.2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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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구_안전보건공단대구지역본부기술지원국장
최흥구
안전보건공단 대구본부 기술지원국장
평소 음악을 즐기는 편이라 TV에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자주 찾아보곤 한다. 보통 수천 대 일부터 수만 대 일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의 오디션에서 예선을 거쳐 최종 우승자가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실력으로만 따진다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서 최종 결선까지 오른 몇몇 참가자 중 누가 우승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듯 싶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이 선택하는 우승자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 지나온 삶의 굴곡 등 스스로 만들어 온 이야기를 통해 심사위원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이다. 즉,‘이야기가 이긴다’는 것이다.

안전·보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안전·보건과 환경에 대한 국민의 요구수준은 소득 수준과 비례한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불 수준에서는 환경의 일반화가 시작된다. 여기서 일반화는 국민들이 환경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각자 여건에 맞는 환경보호를 위한 투자용의(用意) 및 권리의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국민소득이 2만불 정도가 되면 안전, 3만불 수준에서는 보건이 일반화된다고 한다. 2018년 우리나라의 GDP는 IMF 발표 기준으로 약 2만 9,891불로 나타났다. 즉, 안전은 일반화 되었고, 보건의 일반화가 시작되는 수준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제 안전·보건 인프라 현실은 2만 불을 한참 밑돌고 있으며, 전형적인 압축경제 성장을 이루었던 나라들에서 발생했던 산업재해도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작년 근로자의 날에 발생했던 삼성중공업 조선소의 타워크레인 붕괴사고,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외주업체 노동자 질식사고 등은 ‘위험의 외주화’에서 기인한 산업재해였다.

2016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통계 산출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사고사망만인율은 원청·상주 하청업체 0.21명, 원청·상주 및 비상주 하청업체 0.20명에 비해 원청은 0.05명 수준으로 하청 노동자의 사고사망만인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유형의 사고들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가 허용가능한 임계치에 다다른 이유로 더욱 이슈화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보건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수준은 3만 불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 미세먼지 그리고 최근 라돈 침대 사태까지 국민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이 연달아 뉴스에 오르는 것을 보며 보건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그간 억눌렸던 위험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를 국민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고 분명하게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안전·보건을 향한 국민의 기대수준과 사회적 인프라 사이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어려움 또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역동적인 산업구조 변화에서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할지도 쉬이 감이 오지 않는다. 산업재해를 대하는 자세에 대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파격적인 변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이 총대를 누가, 어떻게 매야할지 또한 조심스럽다.

얼마 전 전국적으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실시되었다. 가는 곳곳 홍보용 포스터, 현수막, 배너가 걸렸다. 아직 얻지 못한 답을 찾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미 해오던 것들의 점검도 필요하다. “우리의 노력이 사회의 안전·보건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을까?” 산업안전보건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안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음악 오디션 무대에 오른 경연자들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보건에 대한 실력만이 아니다. 바로 더 안전한 사회를 그리는 우리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결국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고, 대한민국을 보다 안전한 사회로 이끌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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