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과 냉면집은 무슨 상관이 있나
기차역과 냉면집은 무슨 상관이 있나
  • 승인 2018.05.1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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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시 ‘얼치기 냉면역’
남태식


기차역과 냉면집은 무슨 상관이 있나.



없어진 기차역은 없어져 이제 이도저도 아니지만

사라진 것은 모두 추억이 되어 그저 아름답기만 하여

그냥 가기는 아쉬워 이것저것 섞인 냉면을 먹으면서

잠시 지나간 기억들을 살려도 보게 장소를 제공하니



얼치기 냉면역은 추억을 팔아 돈을 버는 얼치기일지라도

얼치기가 아닌 추억이 된 기억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이리저리 비틀려 또 얼치기가 되기도 했겠지만

잠시 머물러 비둘기호나 통일호를 타게 하기도 하니



이 가을에 사라진 기차역의 그 얼치기 냉면집에 들러

비둘기호나 통일호를 타고 이 역 저 역 들르며

잊은 기억마저도 추억이 된 기억과 섞어 다시

더 큰 추억으로 만들어 리듬을 타는 꿈을 꾸게도 하니



냉면집은 기차역과 아무런 상관이 없지는 않겠다는

몽상에 빠지는데 자르지 않은 면발처럼 긴 기차가 문득

흔들흔들 가고 느릿느릿 가고 부지런히 가며

추억을 불러내어 흘러간 노래를 부르게 하니



기차역과 냉면집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묻는

물음은 그만 두자 기차역과 냉면집은 무슨

상관이 있다. 얼치기 냉면역은 이름처럼 정녕

얼치기는 아니다. 무엇이나 다 상관이 있다.


◇남태식 = 서울 출생.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내 슬픈 전설의 그 뱀>, <망상가들의 마을>


<해설> 이 세상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기차역과 냉면집이라는 두 집단의 차이성 속의 유사성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냉면을 먹게 된다는 유사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우리 삶에 전혀 상관성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연관성이 있다. 이게 바로 자연의 엄숙한 법칙이다. 오늘도 냉면을 먹고 추억의 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비록 면발을 자르지 않은 꿈의 리듬을 타는 모순일지라도.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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