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천사를 소개합니다> 대구 월성동 정민희씨
<우리동네 천사를 소개합니다> 대구 월성동 정민희씨
  • 이지영
  • 승인 2010.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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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에 중독...하루가 모자라"
지체장애인 돌보고 이주여성 친정엄마 역할도 자처
20일 오후 3시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월성주공 아파트. 정민희(여·53.사진)씨는 초초한 마음만큼 발걸음도 빨라졌다.

정씨가 2년 동안 돌보고 있는 변승민(가명·53·지체장애 2급)씨가 이날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를 허튼 곳에 쓸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변씨가 계획성 있게 돈을 사용할 줄 몰라 옆에서 관리해주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옆에서 말해주지 않으면 한 달 치 수급비를 하루 만에 다 써버린다”고 말했다.

정씨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달서구 월성동 통장을 하면서 부터다. 통장으로 일하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하나 둘 알아나간 후에는 차마 그들을 저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씨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작은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동네에서 홀몸노인이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을 찾아가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집안일을 도와줬다.

하지만 처음 다짐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결국 정씨 혼자 남게 됐다.

정씨가 돌봐주는 사람 중에서도 변씨는 특별하다. 지체장애 2급인 변씨는 4년 전 함께 살던 홀어머니가 돌아가시고부터 혼자 생활하고 있다. 4살 정도의 지적 수준을 지니고 있어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든데다 몸 상태도 좋지 않다.

“처음 변씨 집에 갔을 때 방과 거실, 화장실에 오물이 가득했어요. 변씨도 외부와 차단된 채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었어요.”

이후 정씨는 매일 변씨 집을 찾아 집을 청소하고 반찬을 해주는 등 변씨를 돌봐줬다. 하루가 모자랄 만큼 봉사활동을 펼치면서도 정씨는 지난 5월, 베트남에서 시집온 종티킴코(24)씨의 친정엄마를 자청했다.

이웃에 살고 있는 킴코가 아이를 낳고 몸이 좋지 않아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단숨에 달려갔다. 그는 “타국으로 시집 와 몸이 아프면 친정이 그리운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킴코에게는 힘이 되겠다는 생각에 친정엄마가 돼주기로 했어요.”라고 했다.

처음에는 킴코의 남편이 정씨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잠시 마음을 주고 떠나는 사람으로 생각 했던 것. 그러나 갓 태어난 아이와 킴코를 친딸처럼 간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씨도 마음을 열고 ‘장모님’으로 모시고 있다.

“봉사도 중독인가봐요. 내가 이웃을 돌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뒤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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