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려도 또 다른 족쇄…민원 폭탄 우려
규제 풀려도 또 다른 족쇄…민원 폭탄 우려
  • 김종현
  • 승인 2018.05.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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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다가 온 공원일몰제, 무엇이 문제인가
(上) 정부와 대구시의 ‘알박기 행정’
‘난개발 방지·녹지 보존’ 명분
도로 인접한 공원부지 매입
市 동의 없이 차량 진입 불가
개발행위 사실상 어려워
“한평생 재산권행사 가로막고
이제와 또…” 땅 주인들 분통
공원일몰제1
일몰제가 적용되는 범어공원 지역. 도로에 인접한 땅을 대구시가 미리 매입해 재산권행사가 힘들어진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전영호기자

오는 2020년 6월이면 장기미집행 공원에 대한 일몰제가 적용돼 공원에서 해제된 지역의 난개발이 우려되고 있다. 2000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결정 고시된 도시계획시설들이 20년 이내 시행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실효되는 것이 일몰제이다. 대구시는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공원개발을 추진하는데 소극적인 반면 광주와 부산 등 다른 지자체는 민간업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일몰제 적용 전에 공원개발을 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구시 공원정책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살펴봤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여고 뒤편 산은 113만㎡(34만평)가 범어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범어공원은 1965년에 최초로 시설이 결정된 곳인데 앞으로 2년 뒤까지 공원으로 개발되지 않으면 자연녹지 지역으로 바뀐다.

이곳뿐만 아니라 대구시내 38개소 10.66㎢(1천만㎡)에 이르는 면적이 공원구역에서 풀려 지주들이 그동안 금지됐던 사유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는 1천835만㎡의 공원일몰제 지역가운데 그동안 700만㎡ 정도를 사들여 35%를 매입한 상태다. 전국평균 21%보다 높고 서울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일몰제가 시행되면 대구시 공원면적 2천477만㎡의 40%인 1천만㎡가 공원에서 해제된다. 결국 대구시민 1인당 공원면적은 10.0㎡에서 5.9㎡로 거의 절반으로 감소한다.

그런데 공원부지 매입을 해온 대구시가 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변의 땅을 주로 매입해 대구시의 동의없이는 지주들이 공사에 들어갈 수 없도록 알박기를 해 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주로 도로와 인접한 공원부지를 매입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도로와 인접한 대지를 매입해 놓으면 일몰제가 해제되더라도 녹지가 보존될 수 있기 때문에 난개발을 막을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시는 이렇게 매입한 땅에 주차장과 광장을 조성해 난개발을 막고 공원을 지켜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일몰제가 해제되더라도 지주들이 시의 동의 없이는 공사차량 진입이 불가능해 지는 등 재산권행사를 하기 어려워 집단적인 민원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또 일몰제가 해제되더라도 사실상 임야지역은 거의 개발행위를 할 수 없다. 자연녹지가 공원구역으로 바뀌면 대지는 건폐율 20% 이내에서 건물을 지을 수 있지만 임야는 함부로 훼손할 수 없도록 각종 건축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산권행사를 준비해온 주민들의 기대와 다른 사태가 전개될 수 있다.

범어공원 입구 대지가 공원에 편입돼 20년동안 재산권행사를 하지 못한 배모(77·여)씨는 “일몰제 이전에도 새마을 사업을 한다고 땅을 가로질러 길을 내고 그동안 땅 한평 못팔게 해놓고 이제와서 맹지 가격으로 땅을 사겠다고 하니 억울해서 못살겠다. 그동안의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다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시 차원에서 정비·관리하는 장기미집행 근린공원과 체육 공원은 동구 4개소, 서구 3개소, 남구 1개소, 북구 5개소, 수성 구 7개소, 달서구 6개소, 달성군 11개소이다. 지역별로는 동구(돈지봉공원, 신암공원, 망우공원, 불로고분공원), 서구(이현공원, 상리공원, 가르뱅이공원), 남구(앞산공원), 북구(침산공원, 연암공원, 대불공원, 복현공원, 구수산공원), 수성구(화랑공원, 범어공원, 경남공원, 시민공원, 만촌공원, 대구대공원, 대구체육공원), 달서구(학산공원, 장기공원, 두류공원, 갈산공원, 송현공원, 장동공원), 달성군(천내공원, 강림1공원, 삼리공원, 남동공원, 상동공원, 하동공원, 논공본리공원, 창리공원, 응암제1공원, 응암제3공원, 대암공원).

국토부는 일몰제로 지정해제되는 부지 중 꼭 보호해야 할 116㎢를 우선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지자체의 부지 매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우선관리지역으로 선별되면 지방채 이자를 5년간 최대 50%까지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공원 부지 전체를 매입하려면 약 1조2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2020년 7월 이전까지 범어·두류·앞산 공원 등지의 매입에 86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지주들의 반발로 얼마나 매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진국 도시들은 집 가까이에 크고 작은 공원이 조성돼 쾌적한 공기를 마시고 정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일몰제가 시행된지 20년이 지나도록 정부뿐만아니라 대구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지 못한 사이 지주들은 행정기관의 알박기를 두려워해야하고 시민들은 공원면적 감소에 직면하게 됐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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