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마약 조직을 둘러싼 독한 놈들의 퍼즐 게임
유령 마약 조직을 둘러싼 독한 놈들의 퍼즐 게임
  • 이혁
  • 승인 2018.05.3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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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스릴러 영화 ‘독전’
베일에 가려진 보스 쫓는 형사
前 조직원과 결탁 실마리 찾아
故 김주혁 등 주조연 명품 연기
뻔한 결말에도 긴장 끈 이어가
개연성·부연설명 부족 ‘옥의 티’
독전2
영화 ‘독전’스틸 컷.

분명히 식상한 내용이다. 마지막 반전 역시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몰입감은 최고다. 누아르물인데 스릴러까지 갖췄다. 흥미진진함과 동시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한술 더 떠서 묘한 여운까지 남긴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독전(감독 이영해)’이다.

연옥(김성령)은 인적이 드문 한 공장 앞에서 겨우 살아남는다. 지각한 것이 행운이었다. 연옥이 내부로 들어가기 전 공장은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후견인인 연옥은 자신을 죽이려한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곧장 경찰서로 향한다. 아직 아무도 만나지 못한 ‘이선생’을 오랫동안 쫓고 있는 형사 원호(조진웅)에게 “나를 보호해달라”며 모든 정보를 주겠다고 한다. 그러던 중 사고 현장을 조사하던 후배 형사에게서 생존자 영락(류준열)을 발견했다는 전화 한 통이 온다. 이선생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선 원호는 작전을 세우기 바쁜데, 해장국을 먹던 연옥이 그만 돌연사하고 만다.

공교롭게도 병원에 있던 영락마저 탈출했다는 소식을 들은 원호는 마지막 정보원임을 직감, 현장으로 출동한다. 부모의 죽음과 반려견의 부상에 분노한 영락은 “진짜 이선생을 잡을 수 있어요”라며 원호가 이선생을 잡는 데 협조하기로 한다.

그리고 원호와 영락은 이선생과 거래를 할 예정이었던 하림(故 김주혁)에게 접근해 미리 짜놓은 판을 벌린다. 이선생의 실체에 한 걸음 다가서는데…. 이때 원호와 영락 앞에 베일에 싸여 있던 조직의 간부급 인사 브라이언(차승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영화의 숨은 묘미는 ‘이선생 찾기’다. 예상할 수 있지만 그 재미는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우두머리의 실체가 불확실한 데 이상하게도 내부사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적당한 때가 되면 이 선생이 직접 나서서 조직 전체를 말살하기 때문이다.

폐쇄된 공장으로 간부급 조직원들을 불러 모은 뒤 미리 설치 해놓은 폭발로 흔적도 없이 없애버린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과정도 필요없다. ‘야망’에 휩싸인 조직원들이 서로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자체적으로 ‘새판’을 짜버리기 때문. 브라이언이 결정적으로 이선생임을 자처하지만 관객들은 여기에 현혹되지 않는다. 진짜 이선생이 누군지 알기에.

또다른 재미는 이선생을 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원호와 영락이 앞서 준비한 판. 여기서부터 영화는 관객에게 대놓고 쫄깃함을 선사한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개연성이 부족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등장 인물들이 펼치는 행동을 뒷받침하는 부연설명이 없다는 게 문제다.

빠른 전개에 따른 속도감과 흥미로 이를 어느정도 잘 메웠지만 스크린이 어두워진 뒤, 따르는 물음표를 지우기엔 역부족이다.

영화 후반 원호가 이선생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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