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면서 일하면 최저임금도 사치?
공부하면서 일하면 최저임금도 사치?
  • 장성환
  • 승인 2018.05.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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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총무 저임금 관행 논란
공부 허락·자리 제공 등 이유로
최저임금 3분의 1 정도만 지급
“위법 개선” vs “근로자 아니다”
근로기준법 해석따라 갑론을박
노동청 “딱 잘라 말하기 곤란”
독서실 운영을 돕는 독서실 아르바이트인 소위 ‘총무’에 대한 경제적 처우가 최저임금 수준을 훨씬 밑도는 저임금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 한 독서실에서 총무 일을 하는 김 모(29)씨는 평일 하루 6시간씩 일하며 월급으로 30만 원을 받는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불과 2천500원 정도다. 현행 시간당 최저임금이 7천530원임을 감안했을 때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씨에게 다른 대안은 없는 형편이다.

김씨는 “아무리 쉬운 일을 하며 공부할 수 있다고 해도 임금이 너무 낮은 건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요즘 공시생이나 취업준비생이 워낙 많아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구 지역에서 독서실 아르바이트를 했던 정진우(30·대구 북구 칠성동)씨 역시 주말 이틀 동안 하루 8시간씩 일했지만 월급은 15만 원을 받았다. 정씨에게 독서실 자리 하나를 내주고, 독서실 이용객 응대와 자리 정리 외에 다른 잡무를 시키지 않는 조건이었다.

정씨는 “처음에는 월급을 듣고 황당했으나 주변 친구들과 인터넷에 알아보니 독서실 아르바이트 대우가 그 정도 수준이라고 하더라”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공부하면서 자격증 시험 응시료와 교재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독서실 총무 아르바이트의 저임금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법 해석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다’는 부분을 근거로 독서실 아르바이트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독서실 총무는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목적으로 상주하며, 약간의 노동력만 제공해 수고비 차원의 돈을 받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규정을 추상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 ‘사용종속 관계’를 기준으로 실질적인 근로자성을 판단한다.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는지,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속을 받았는지 등을 근로의 실질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볼 때 독서실 총무는 사업주의 지시를 받으며 정해진 시간에 특정 장소에서만 근무해야 하므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시각이 상당수다.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한다면 지금과 같은 저임금 관행은 엄연히 ‘최저임금법 위반’이 된다. 이에 정부 등이 나서서 위법행위를 엄격히 처벌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독서실 총무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면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합당한 임금 대신 독서실 자리를 제공하는 것 역시 ‘고용주는 임금을 통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근로기준법 43조에 어긋난다”며 “그러나 독서실 총무 같은 직종의 경우 개인별로 근무여건 등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장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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