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산 마애불서 조상기 추정 신라 명문 발견
선도산 마애불서 조상기 추정 신라 명문 발견
  • 이승표
  • 승인 2018.06.04 18: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시 여성들의 사회활동 유추할 수 있는 자료”
선도산석불
명문 탁본상태 오세윤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 제공

경주 선도산에 자리하고 있는 ‘마애여래삼존입상(보물 제62호)’ 옆 성모사(聖母祠·사당) 뒤편 바위에서 삼국시대 때 새겨진 것으로 보이는 명문이 발견됐다.

4일 박홍국 위덕대 박물관장(불교고고학 교수) 등에 따르면 명문은 불상 조성 과정을 담은 7세기 전후 조상기(造像記)로 판단했다.

박 관장 “최근 유적답사를 하던 중 마애불 오른쪽 암벽에서 1.3m 떨어져 나와 현 성모사 뒤편 처마까지 밀려나온 바위 면에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 관련 학자들과 공동조사를 벌여 현재까지 가로 5행, 세로 5열 중 8글자를 판독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명문은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1∼5열로 번호를 붙이면, 1열 1행에 운(云)으로 보이는 글자가 있다. 2열 1행은 거(居), 5행은 미(彌)를 새겼고, 3열과 4열 5행에는 각각 문(聞)과 사(思)가 있다.

특히 판독된 명문 가운데 미(彌)는 선도산 마애불 본존이 아미타여래상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자 크기는 세로 3.5~4.5㎝, 글자 사이 간격은 2~3㎝, 옆 글자와의 간격은 약 4㎝다. 명문은 능숙한 솜씨로 새겨진 해서체로 가로 3m, 세로 2.8m, 높이 2.5m의 바위 동쪽 면에 남아 있다.

명문 표면은 훼손이 심한 상태다. 후대에서 빗물이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홈(길이 110㎝·너비 6㎝·깊이 3㎝)을 판 것으로 보였다. 이 때문에 많은 글자가 없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박 관장은 “명문의 위치로 보아 마애불의 조상 명문으로 보이며 단석산 신선사 조상 명문과 함께 우리나라 석불 명문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이 정도로 잘 새겨진 명문이 있다는 것은 당시 선도산 마애불 조성에 대단한 공력이 투입됐음을 증명하는 자료”라고 덧붙였다.

하일식 연세대 교수(고대사)는 “제5행의 글자가 ‘아니(阿尼)’라면 신라의 불교 공인 직후부터 비구니의 출가가 이뤄졌고, 그들이 여러 불사를 주도하거나 관여하는 등 당시 여성의 사회활동을 유추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삼국시대 거대 석불인 선도산 마애불은 높이 6.85m의 본존불이 좌우에 화강암으로 된 협시보살(4.62m·4.55m)을 거느리고 있는 형태지만 잦은 풍상 등으로 훼손도 심해 보존관리에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경주=이승표기자 jc7556@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