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정치, 그 즐겁지 않은 단상
대구와 정치, 그 즐겁지 않은 단상
  • 승인 2018.06.0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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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대구는 나의 고향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녔고 대구에서 결혼하여 지금껏 살아왔으니 인생의 대부분을 대구에서 살아온 셈이다. 어떤 친구들은 대학 진학을 계기로 대구를 떠났고 또 다른 친구들은 취업을 계기로 다른 곳에서 삶의 터전을 잡기도 했다.

그러나 내게는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그런 나에게 대구는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택한 삶의 공간이었다. 차선으로 선택한 그 삶의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친 내 삶의 흔적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13년 동안 50만 킬로미터를 기록한 승용차의 주행거리, 선교란 핑계로 여러 나라를 미친 듯이 이곳저곳 돌아다닌 나의 40대는 그 발버둥이 남긴 흔적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제발 대구에서 살지 말라며 일치감치 멀리 떨어진 외지로 보내어 버린 것은 그 발버둥의 극치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그들도 나처럼 대구에 안주해 살 것 같은 예감은 안정감보다 불안감의 요인이 되었으니 대구는 내게 그리 살가운 삶의 터전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는 내게 많은 삶의 기쁨과 보람을 허락하며 든든한 삶의 터전이 되어 주었다. 이곳 대구에서 많은 훌륭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으며 첫 급여를 받는 기쁨을 누렸으며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났다. 대구는 그렇게 잊을 수 없는 많은 추억을 선물로 남겨 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웠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했던 대구의 추억가운데 가장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은 2015년, 당시 한나라당의 ‘친박 공천 소동’이었다. 그 많은 사건 중에 하필이면 추잡한 정치적 사건이 내 기억 속에 가장 뚜렷이 남아 있다니 좀 이상하긴 하다. 그 일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친박 세력과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세력 간의 공천 싸움으로 대구가 그 진원지가 되어 정치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그 싸움에서 드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처신, 공천 위원장이었던 이한구 전 의원의 모습 그리고 대구 친박 의원들의 행태는 부끄러움을 넘어 수치스러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들이 국민들 앞에서 벌인 그들의 행태는 나로 하여금 대구의 친박 세력에 대해 등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 후 당시 야당이었던 김부겸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대구 정치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이라는 큰 태풍을 자초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의 위기를 평화의 분위기로 바꾸는 주도적 역할을 해내며 지금까지 높은 지지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를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은 여전히 “테블릿 PC는 최순실의 것이 아닌 조작된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날조된 것이며 비핵화를 위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또다시 북한의 농간에 속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연 그런가? 정치의 세계에서 흑백의 구분을 명확히 할 수 없긴 하지만 나는 그들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보수의 회귀 가능성마저 우려되기까지 한다.

정치의 계절이 다시 왔다. 선거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지방선거 투표안내문과 선거 공보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호감이 가고 신뢰감을 주는 후보자들이 있다. 그런데 그 중에 적지 않은 분들이 내 정치적 성향과 다른 당에 속해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이제 ‘친박’에 대한 나의 정치 혐오증을 멈추어야 할 때가 되었나? 이제는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다른 당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능력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후보자라면 그에게 표를 주어야 하나? 나는 어느 편에 서야하며 또 누구를 찍을 것인가? 선거를 앞 둔 나의 생각과 고민은 제법 깊어진다.

내게 항상 차선의 선택이 되어 왔던 아쉬움의 도시, 한 번도 정치적 만족감을 느껴 보지 못했던 낡은 보수의 도시, 그러나 결코 적지 않은 삶의 기쁨을 내게 선물해 주었던 나의 고향 대구. 오늘 아침에 그 대구를 위해 기도한다. 이제는 대구가 낡은 보수 세력의 결집체가 되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간절함으로 다시 기도해 본다. 대구의 건강한 보수 세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힘을 얻게 하소서. 여느 때와 달리 기도하는 하는 마음이 무겁다. 기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니 짐짓 세례 요한의 흉내라도 내어 ‘투표의 날이 가까이 왔으니 깨어 투표하라’고 외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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