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대음악의 현주소를 만나다
우리나라 현대음악의 현주소를 만나다
  • 황인옥
  • 승인 2018.06.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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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제현대음악회 20~22일
현대음악 선구 이만방 곡 공개
실험성 짙은 신진작 집중 조명
세미나·학생 공모 콘서트 풍성
ViaNova Ensemble
비바노바 앙상블.

감독 박철하
박철하 감독
대구국제현대음악제(이하 대구현대음악제) 감독인 박철하의 대구현대음악제와의 인연을 들으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그는 졸업 연주 직후 제2회 대구현대음악제 젊은 작곡가의 작품연주회에서 연주무대를 가지며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26년 만에 대구현대음악제 감독으로 재등장했다. 최근 만난 그가 “작곡에 대한 확신이 없던 대학 재학 시기 나를 잡아준 것이 대구현대음악제”였다고 회상했다.

“길이 안 보였다. 전공인 작곡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대구현대음악제에서 락헨만(Helmut Lachenmann)의 피아노곡을 듣자 ‘나도 저런 음악을 작곡하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다. 대구현대음악제는 젊은 작곡 학도였던 내게 길잡이 역할을 했다.”

사실 박 감독은 젊은 작곡가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고자 하는 대구현대음악제의 지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991년에 시작된 대구현대음악제의 모태는 ‘젊은 음악인의 모임’인데, 이 모임은 1985년 당시 영남대 음악대학 작곡과 진규영 교수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몇몇 작곡가들과 학생들이 서로 간의 정보교류를 위한 세미나 위주의 모임으로 시작했다.

“당시 현대음악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음반도 현대음악 분야는 접하기 어려웠다. 그때 대구현대음악제가 젊은 음악인들에게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현대음악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해 줬다.”

대구현대음악제는 역사가 중첩되면서 현대음악의 대가인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 등의 해외음악가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며 성장해왔다. 초청 작곡가와 연주자 등의 수준은 높아갔고, 대구현대음악제의 명성은 국내를 넘어섰다.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유럽에서 호평을 받고 있고, 참여 음악인들의 문의로 이어지고 있다. 그들을 매료시킨 원동력으로 박 감독은 ‘젊음’을 지목했다.

“젊은 음악인들을 위한 음악제여서 청중들이 젊고, 그들의 참여 태도도 열정적이다. 이런 분위기는 유럽에서 경험하기 힘들다.”

대구현대음악제가 2014년부터 대구콘서트하우스와 공동주최하면서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의 작품들을 연주단체와 최고 수준의 공연장에서 연주하게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재생산해 내는 역할을 하는데 콘서트하우스라는 좋은 공연장과 인력은 상승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20일부터 22일까지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리는 올해 음악제는 보다 풍성하고 내실 있는 음악제로 손님을 맞는다.

“올해 음악제는 다양한 콘서트, 세미나, 워크숍 등의 구성으로 2박 3일간 열리게 된다.”

neoquartet
네오콰르텟.

개막 프로그램부터 알차다. ‘현대음악 대가와의 만남’을 주제로 유럽과 미국 등의 작곡가들과 우리나라 현대음악의 선구인 이만방 작곡가의 곡을 한 무대에 올린다. 이 무대에서 우리나라 현대음악의 현주소를 만날 수 있다.

네오콰르텟 등 유럽의 세 앙상블의 연주로 듣는 위촉곡 공연도 변화를 모색했다. 지금까지의 방식인 중견 작곡가 중심에서 벗어나 유학 후 막 귀국하거나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신진도 아니고 중견도 아닌 이른바 끼인 세대를 적극 흡수한다. 학생공모 외에 끼인 세대의 작품 공모를 기획해 작곡가 층을 다변화했다. “올해는 신진들의 핫한 실험성의 미학을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공연 못지않게 비중을 두는 분야는 세미나. 올해는 독일 음대에서 작곡과 교수로 제직중인 시드니 코벳(Sidney Corbett)이 초청된다. 그는 ‘현악4중주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현대음악에서 사용되어지는 특수기법의 가능성과 새로운 기보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실연되었을 때의 소리는 어떤지 연주를 들려준다.

대구현대음악제의 백미는 역시 ‘학생공모작품 콘서트’다. 올해는 독일의 현대음악 전문단체인 비아 노바 앙상블의 연주로 공모 작품을 들려준다. 단골 초청 음악가인 재독 작곡가 박영희가 올해는 작품 연주 대신 젊은 작곡가 격려차 대구현대음악제를 방문한다.

“젊은 작곡가가 자신의 곡을 무대에서 듣는 기회는 아주 드물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쳐야 자기 작품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

박 감독은 “왜 현대음악인가”라는 질문에 “동시대 음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로크 시대의 음악도 그 시절에는 현대음악이었듯이 21세기는 21세기의 음악을 해야 한다는 것. 그가 현대음악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의식한 듯 한마디 했다.

“예술은 말로부터 자유로운 분야다. 말보다 직관이니 더 흥미롭다고 본다면 현대음악이 어려울 이유는 없다. 대구현대음악제는 젊은 작곡가에게 기회를 주고, 현대음악이 어렵다는 사회적 편견을 바꾸는 역할을 계속해서 해 나갈 것이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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