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 승인 2018.06.06 2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지방선거 후보자 벽보 공보물이 보는 사람도 없는데 가로로 길게 걸려있다. 국민 세금만 날리는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담벼락에 후보들의 얼굴 벽보가 떡칠할 때도 있었지만 디지털시대 선거운동 양태도 변하고 있다. 화물차를 개조한 유세차 위에서 손가락으로 기호를 표시하고 무조건 절을 해 대는 방법도 별 효과가 없는지 이제는 춤이다. 행인들이 보고 듣지도 않으니 몸놀림이라도 해서 눈길을 끌어야 한다. 젊은 여성들의 간단한 율동은 봐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여성들 틈에 끼여 몸을 흔드는 것을 더러 보게 된다. 돌아가지 않는 몸을 휘젓는 폼이 어색하지만 얼핏 눈길 끌기에는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선거일이 엿새 남았다. 역대 전국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50%를 넘은 일이 없는데 올해는 매일같이 대형뉴스가 터지는 바람에 선거의 무관심이 더 한 것 같다. 드루킹 사건도 강한 북풍 바람에 힘을 못 쓰고 있다. 12일 예정인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전투표를 할 것이라고 한다. 사전투표제는 선거 날 부득이한 일로 투표를 못하는 유권자를 위한 선거 장치다. 이제까지 사전 투표한 역대 대통령은 없었다. 대통령의 사전투표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말을 믿는 사람이 없을 것인데도 늘 그렇듯이 청와대는 적절히 유연하게 넘기는 행태를 보인다. 정책이나 행정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대구·경북에서는 대구시장, 경북지사, 시·도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총 525명의 지방선거직이 선출된다. 아파트 편지함에는 선관위에서 온 선거공보물이 그대로 꽂혀 있는 곳이 여럿 있다. 주위에서 주워들은 선거 이야기를 종합해 본다. 후보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관심 없는 유권자가 워낙 많다. 시장·교육감·구청장에 출마하는 인물이 누군지 아는 사람은 그래도 양반이다. 스마트폰에 누구라면서 후보자 문자가 들어오면 금방 지워버린다고 한다. 누구를 지방의원으로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후보자가 누구든 상관없이 같은 번호만 찍겠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이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당투표와 다를 것이 없다. 주민대표를 뽑는 지방선거가 중앙선거로 둔갑하는 꼴이 된다. 하기 쉬운 말로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인물·정책·공약을 들지만 이는 교과서적이다.

한국의 지방자치 현실은 지방의원이 무엇을 하겠다고 공약하는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풍토가 아니다. 1991년 이래 지방자치 실시 27년이 되었지만 지방선거 문화는 달라진 게 없다. 지방자치의 연륜이 더해 갈수록 그 관심도는 더 하락하고 있다. 지방선거직에 대한 지역 국회의원의 공천권 행사가 늘 말썽이다.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공천은 거의 지역 국회의원 손에 달려 있다. 어떤 인물이 선택될지는 뻔하다. 주민의 신망을 받는 같은 당 소속 단체장을 버리고 자기 사람을 내세우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공천 못 받은 후보자가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경우도 생긴다. 유권자 중에는 지방의원을 지역의 일꾼이라기보다는 국회의원의 하수인 정도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국회의원 선거 때 지방의원은 핵심 조직책으로 죽자 살자 뛰어야 한다. 이들은 정치적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늘 유지한다. 지방의원만큼 괜찮은 직업도 없다. 적당히 명예도 주어지고 매월 고정급이 있어 거의 준 공무원 대접이다. 4년 동안 보장받는 안전직이다. 그래선지 지방의원 노릇을 20년간 해 오고 있는 사람도 있다. 지방분권·지방자치에 관해 말은 많지만 아직 그 본질적인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는 즈음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선거는 민주주의의 큰 힘이다. 국민들이 마음먹으면 대통령도 바꿀 수 있는 것이 선거다. 그러므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투표에 꼭 참여하자.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선관위에서 보내온 자료가 엄청 많아 혼란스럽지만 후보자 면면을 찬찬히 보자. 찍을 인물을 못 정했다면 학력과 경력이라도 비교해 보자. 그래도 마음이 안 가면 정당을 보자. 기권도 권리라고 억지를 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명심해야 할 것은 내가 투표하지 않아도 엉뚱한 사람이 나의 대표가 된다는 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