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절망하고 분노하게 한 ‘이명희 기각’
국민을 절망하고 분노하게 한 ‘이명희 기각’
  • 승인 2018.06.0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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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등에게 폭언과 폭행 등 갑질을 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지금까지 공개된 녹취와 영상만으로도 이 전 이사장은 갑질을 넘어 일상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법원은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법은 재벌을 피해 간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를 포함한 전 국민의 분노와 절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 4일 늦게 서울중앙지법은 특수폭행과 특수상해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이 전 이사장의 범죄 혐의 일부에 ‘사실관계와 법리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다른 기각 이유로 법원은 ‘피해자들과 합의한 내용 등에 비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국민 대다수의 법 감정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유라는 여론이다.

관련 영상에는 폭력을 행사하는 이 전 이사장의 모습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들은 그가 “가위뿐 아니라 화분까지 던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체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 사건에 법리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 전 이사장이 피해자 다수와 억대의 돈을 주고 합의나 무마한 증거인멸 사실까지 밝혀졌다. 그런데도 법원은 그것마저도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가 없다고 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그저께 성명서를 내고 “법관들이 갑의 편이 되어 을들의 가슴을 찢어 놓고 있다”고 했다. 직원연대는 “민초들은 당연히 볼 수 있는 것을 해당 법관은 눈을 감았다”고도 주장했다. 주요 포털사이트 관련 뉴스 댓글에도 이 전 이사장의 영장 기각을 비판하는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그에 대한 구속 등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한다. 국민들의 법 감정도 다르지 않다.

많은 국민들, 특히 우리사회 약자들은 이번만은 ‘혹시나’ 하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역시나’였다. 약자들은 다시 한 번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절감하고 절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돈만 있으면 어떤 갑질이나 폭행도 무죄가 될 수 있음을 통감하고 분노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 이 정도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과연 영장이 기각될 수 있었을까. 경찰은 기각 사유를 충분히 검토해 영장을 재신청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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