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센터서 한국 생활 희망 찾았죠”
“다문화센터서 한국 생활 희망 찾았죠”
  • 장성환
  • 승인 2018.06.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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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 중도입국자녀들
센터서 한국어·문화 등 학습
지역사회 참여·자립 지원도
“한국서 미래 꿈 향해 매진”
외국에서 태어나 살다 한국으로 오게 된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언어 문제 등으로 우리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기관과 각종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어머니를 따라 베트남에서 온 송예지(팜 으웬 느꾸인·16·대구 서구 비산동)양은 처음 한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게 됐을 때 힘든 부분이 많았다.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외국인 학생이 전혀 없는 일반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과일 장사를 돕고 대구 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으며 한국말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지만 학교 수업 내용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송양은 “아버지가 학교에 가면 베트남 선생님도 있고 해서 괜찮을 거라고 말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왜 일반 학교에 보냈냐고 짜증도 많이 냈다”며 “처음에는 음식도 입에 안 맞고 문화도 달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보통 외국의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다 부모가 한국인과 결혼하게 돼 우리나라로 오거나 외국인 부부가 한국으로 이민 오며 자녀를 데려와 생기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작스레 한국으로 오게 돼 언어 문제 등의 이유로 한국 사회 적응에 힘들어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중도입국 청소년의 실태 및 자립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 1위가 ‘진로문제(54.5%)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툰 한국어 실력으로 한국 교육 과정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목표의식이나 꿈 없이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구 서구 지역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언어 문제와 사회적 편견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느 한국의 학생들처럼 학교에서 공부하며 자신만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대구 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대구시 보조금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으로 운영하는 ‘나눔과 꿈’ 사업에 선정돼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기본적인 한국어 교육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참여 및 자립 활동을 돕는 ’둥지탈출 오디션’, ‘한국 문화 체험’, ‘컴퓨터 교육’ 등의 프로그램으로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송양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힘들었지만 그래도 친구들이 먼저 말도 걸어주고 밥도 먹어줘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센터의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한국을 잘 알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외국인 만나는 걸 좋아하는 데 이제는 나도 한국인이라고 생각돼 한국인은 외국인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중에 여행 가이드나 통역사가 돼서 더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 2016년 중국에서 온 강신우(여·18)양 역시 “한국 대학에 입학해 뷰티 관련 전공을 배워 피부 관리사가 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지금 계명문화대학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대학을 졸업해서도 한국에서 계속 지내고 싶다. 빨리 한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인으로 살고 싶다”고 밝혔다.

박순만 대구 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원장은 “중도입국 청소년들도 한국의 청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학생이다. 지금처럼 한국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고 공부했으면 좋겠다”며 “주변의 조그만 관심과 지원이 초기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또 자신만의 특기를 살려 고향과 한국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하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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