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공보 얼마나 읽어 보시나요
선거 공보 얼마나 읽어 보시나요
  • 승인 2018.06.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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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행정학 박사)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공보가 각 가정으로 배달되었다. 전국적으로 약 4,036만 통이 배달된다고 우정사업본부가 밝히고 있다. 1부당 발송비용이 평균 1,500원 정도로 가정해도 전국적으로 600억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가 받은 공보는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교육감 등 총 28종이나 된다. 그런데 갑자기 이와 같이 엄청난 국민세금을 투입하여 발송되는 공보를 최소한 한 번이라도 읽어보고 투표에 임하는 유권자는 얼마나 될까 궁금해진다.

공보에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재산, 병역사항·세금납부 및 체납사항·전과기록 등 정보공개 내용과 정견·공약으로 구성돼 있고, 단체장은 12면 이내, 지방의원은 8면 이내로 제작된다. 따라서 출마한 모든 후보자들을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그러나 실제 많은 유권자들은 공보가 자신이 선택하는 후보자를 결정하는 도구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 단적인 예가 벌써 포장도 뜯지 않고 버려진 공보가 재활용 쓰레함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세계 제일의 통신강국에 걸맞게 각종 통신기기를 통해 가히 공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선거 홍보에 시달리고 있어, 굳이 공보를 읽어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문자나 전화를 통해서는 공보만큼 일목요연하게 후보자의 진면목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특히 공직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인 전과기록과 체납사실 등은 더욱 그러하다.

역설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공보를 읽어보면서 후보자들을 비교해 보지 않고, 후보자를 선택한다는 것은, 후보자와의 친분이나 아니면 자신이 선호하는 당의 후보자이기 때문에 인물의 됨됨이나 비전을 무시하고 그냥 선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을 믿고 그 정당에서 선택한 후보이기 때문에 괜찮은 인물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는 지난 선거에서 특정지역에서 특정정당 출신에게 몰표를 몰아주는 묻지마 투표 행태로 이어졌고, 그 결과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에 걸맞지 않는 정치적 후진성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세월 많은 선거에서 잘못된 후보자의 선택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다주었는지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유권자들이 그들의 대표자를 잘못 선택할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 유권자들의 몫이 된다. 비록 우리의 법체계상 2006년 주민소환제도의 도입으로 잘 못 선택한 후보자를 소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그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경직되어 실제로 소환된 사례는 극히 미미하다. 즉 주민소환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투표가 실시된 것은 8건에 불과하고, 미투표로 종결된 것은 78건에 달한다. 투표가 실시된 것 중에서도 소환에 성공한 것은 하남시 의원 2인이 화장장 건립추진과 관련하여 소환된 것이 전부이다.

한때 모 기업에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 카피로 굉장히 큰 호응을 불러온 적이 있다.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6.13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자를 자신의 대표로 선택하느냐는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이상 유권자들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록 지금 주춤하고는 있지만 지방분권 개헌이 4년 이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방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 유권자들로부터 선택받느냐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제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에 걸맞는 유권자들의 결정을 기대해 본다. 과거처럼 묻지마 투표를 통해 어느 정당이 일방적으로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 다양한 사회에 걸맞게 다양한 정당의 후보자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선택받아 각계각층의 욕구를 잘 대변할 수 있기를.

이를 위해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혈세로 제공되는 선거공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진정 누가 자신의 욕구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지를 결정하는, 보다 높은 정치의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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