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층 헬스장에서 자전거를 탄다
창밖으로 앞산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오늘은 기분만이라도 산악자전거를 타고
고산골로 들어가 능선을 달려볼 생각이다
힘껏 페달을 밟으니
꿩이 먼저 반갑게 이사하고
새빨간 뱀 딸기도 웃어주네
바람이 불자 떡갈나무가 팔을 흔들고
계곡물도 즐겁게 졸졸졸 노래 부른다
계곡을 지나 오르막을 오르니
편안한 능선이 한참 이어지고
대구 시내가 훤히 내려보인다
어릴 때 처음 앞산 위에서 본 대구는
산에 둘러싸인 분지의 밥그릇에
바닥에만 조금 밥이 담긴 형태였는데
지금은 분지 가득 고봉으로 담겼다
이젠 계속 내리막길이다
조금 무섭고 아찔한 느낌에 스릴도 있다
조심조심 속도를 줄여 내려왔다
◇박일아=경북 경산 출생.
2009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하루치의 무게>
<해설> 15층 헬스장에서 산악자전거 타는 꿈에 젖는다. 고산골 능선을 따라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꿩도 만나고 뱀 딸기며 떡갈나무와 청아한 계곡물 소리에 심신을 녹이며, 고산골 능선에서 대구시내를 바라본다.
지난날에는 분지 밥그릇에 밥이 조금 담겨있었는데 이제는 고봉으로 담겨있다. 그만치 도시가 팽창했다는 감회를 자잘한 언어로 술회하고 있다. 그냥 평이한 언어로 쉽게 썼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