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을 붙잡아 두자 - 선산 비봉산 전설
봉을 붙잡아 두자 - 선산 비봉산 전설
  • 승인 2018.06.0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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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봉황(鳳凰)은 성인군자(聖人君子)가 나타날 때에 날아온다는 전설 속의 새입니다. 성인군자가 나타난다는 것은 곧 태평성대(太平聖代)에 든다는 것으로 백성들이 기다리는 행복한 세월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곳곳에는 봉황과 관련된 지명이 많이 있습니다. 봉황이 날아오른다는 ‘비봉산(飛鳳山)’도 전국 각지에 많이 있습니다.

경상도 선산 땅에도 비봉산이 있습니다. 이곳 비봉산은 넓은 날개로 북쪽에서 선산읍을 에워싸고 있는 바 남쪽의 금오산과 힘을 합하여 이 고장을 지키고 있는 형세입니다. 즉 봉황은 이곳에 둥지를 튼 채 영천(靈泉)이라 할 수 있는 낙동강 물을 마시며 이곳 선산읍을 고이 품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서인지 <택리지>에는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서 나고, 영남의 인재 반은 선산에서 난다.’는 구절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이곳에는 야은 길재(冶隱 吉再), 단계 하위지(丹溪 河緯地), 경은 이맹전(耕隱 李孟專), 신당 정붕(新堂 鄭鵬), 송당 박영(松堂 朴英), 여헌 장현광(旅軒 張顯光), 위암 장지연(韋庵 張志淵), 왕산 허위(旺山 許蔿), 창여 장진홍(滄旅 張鎭弘) 등 셀 수 없이 많은 선비들이 스스로 자신을 가다듬어 모두 위인의 반열에 이르고 있습니다.

퇴계 선생도 ‘선산은 야은 길재의 절의(節義)가 있고 정붕의 도의(道義)가 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기운으로 이곳에는 계속 성인군자가 태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가만 있는데 저절로 이러한 인물이 태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듯이 사람이 부지런히 노력해야만 비로소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봉황을 지키기 위해 애를 많이 쓴 흔적이 이곳 땅이름에까지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비봉산 맞은 편 물목동네 뒷산을 ‘황산(凰山)’. ‘황당산(凰堂山)’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이는 수컷인 ‘봉(鳳)’에게 암컷인 ‘황(凰)’을 불러들여 짝을 지어준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봉이 날아가면 그물로 잡아 앉히겠다는 의미를 담아 황산 기슭 동네 이름을 ‘망장(網張)’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선산읍 사방동네를 ‘죽장(竹杖)’이라 하였는데 이는 봉황이 대나무 열매인 죽실(竹實)을 먹고 산다는 설화에 근거한 것이고, 또한 맞은 편 ‘화조(花鳥)’ 역시 만화백조(萬花白鳥)를 기다리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또한 인근 동리를 ‘영봉(迎鳳)’이라 한 것도 봉황을 맞이한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며. ‘무을(舞乙)’, ‘무래(舞來)’ 역시 봉황이 춤을 추며 날아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근의 ‘오로(梧路)’는 봉이 ‘날아오른다.’에서 시작되었으나 앉아서 쉰다는 오동나무와 관련 있고, ‘봉곡(鳳谷)’은 봉이 깃들라는 뜻도 있지만 별칭인 ‘무실(茂實)’은 먹이가 되는 열매가 무성하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봉황은 알을 다섯 개를 낳는데 한 개는 이미 앞들에 있는 동산이므로 그 옆에 다시 네 개의 동산을 더 만들어 다섯 개의 동산이 되게 하였습니다. 이것은 봉황이 알을 품고 영원히 깃들게 하기 위한 처방이었던 것입니다.

한편, 임진왜란 때에 명(明)나라 장수가 이 비봉산을 보고 인재가 많이 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주령(主嶺)의 허리를 끊고 장작으로 불을 피운 뒤 큰 쇠못을 꽂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산은 명산(名山)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설화를 살펴 볼 때에 봉황 또한 얼마나 상서로운 새로 대접받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식 속에는 봉황이 단순한 객체가 아니라 우리의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아 동일시 대상이 되고 있었음을 또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의식이 이곳 땅이름에 고스란히 배어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이처럼 고이 정성들여 가꾸고 연마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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