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의 덫,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야
종전선언의 덫,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야
  • 승인 2018.06.0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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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반도 종전선언을 서두르고 있다. 청와대는 미국과 북한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성공하고 잇따라 종전선언까지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핵 폐기(CVID)’와 그 시한을 전 세계에 천명하고 그 결과로 한국전쟁의 종전까지 선언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에서 모호한 합의를 하고 종전선언만 나온다면 그것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영철을 만나 처음으로 종전선언 화두를 꺼냈다. 그는 “김 부위원장과 한국전쟁 종전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미·북 회담에서 종전에 대한 무언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는 김일성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주장해오고 있는 것이 종전선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해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 3국 회담이 열릴 경우 즉시 싱가포르로 갈 준비를 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바탕으로 종전선언을 통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동북아 경제적 평화체제 구축한다는 3단계 프로세스를 구상하고 있다. 문 대통의 구상대로 한반도에서 종전이 선언되고 나아가 남·북·미·중 등이 평화협정을 맺는다면 금상첨화다. 한국은 북한의 핵을 포함한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북한도 종선선언이 체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북아 평화에도 도움이 크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면담 후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이라는 용어를 더는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한 그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몇 번 더 있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미·북 정상회담이 북한 핵 ‘일괄타결’에서 ‘단계적 비핵화와 단계적 보상’으로 후퇴하는 느낌이다. 미·북 정상회담에 CVID를 관철시키지 못한 채 단계적 비핵화 등 어정쩡한 합의를 하고 종전선언만 나온다면 그것은 우리에게는 최악의 결과이다.

섣부른 종전선언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었다가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다시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나아가 북한은 종전선언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위협이 해소된 만큼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해올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근 70년 동안 주장해 왔던 논리이다. 유엔사 해체도 주장할 것이 뻔하다. 우리에게 종전선언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할 덫일 수도 있다. 정부는 모든 점을 고려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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