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 vs 익명보도
알 권리 vs 익명보도
  • 승인 2018.06.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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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언론에 보도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기업, 식당, 병원 등은 거의 대부분이 익명이다. A사의 B제품, 경기북부의 C병원, 서울 강남의 D식당 이런 식으로 말이다. 또 사건사고에서도 피해자는 대부분 실명과 사진이 공개되지만 가해자는 인권보호라는 이유로 대부분이 익명으로 보도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답답하다.

오늘 아침 뉴스에 보도된 기사 중 하나가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환자들이 집단 패혈증 증세를 보였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사실 강남에는 수백 수천 개의 피부과가 영업 중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어느 병원일까?’ 이다. 강남에 위치한 피부과에서 시술을 예약한 환자들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며, 강남에 위치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병원이 아닌 병원들도 도매금으로 잠재적 문제 병원으로 인식되어 환자들의 발길이 다소 뜸해질 수 있는 억울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얼마 전에 보도된 신촌에 위치한 한 까페의 여성화장실에 까페 직원이 몰카를 설치하였고 수천명의 피해여성이 있다는 기사도 마찬가지다. 대체 신촌의 수백 개의 까페 중 어디 까페인지 기사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기사를 읽는 일반인들은 어디인지 정말 궁금한 동시에 한번이라도 신촌에서 까페를 간 적이 있는 여성이라면 혹시 내가 찍힌 것은 아닌지 더없이 불안하다.

늘 이야기하는 ‘국민의 알권리’는 언제까지 무시당해야 하는 것인가. 툭 하면 언론은 국민의 제일 소중한 권리이자 보장되어져야 할 권리가 ‘국민의 알 권리’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정작 ‘국민의 알 권리’는 이해관계가 개입된 경우 철저히 무시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사기관에서 조사 중인 경우 정확하게 실명을 거론할 수 없다는 설명은 이해가 가지만 이미 상당한 위법사실이 확인된 업소나 기업까지도 늘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실명으로 보도하는 경우 많은 부담이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보도 이후에 무죄판결을 받거나 오보일 경우 기존의 보도들로 인해 해당 업체는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낙인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무조건 피의자의 실명을 비공개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대법원의 판례가 있는데, 재판부는 언론기관이 범죄사실을 보도하면서 피의자나 해당 기업을 가명이나 두문자 내지 이니셜 등으로 특정하는 경우에는 그 보도 대상자의 주변 사람들만이 제한적 범위에서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알게 될 것이지만,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해 범죄사실을 보도하면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알게 되는 사람들의 범위가 훨씬 확대되고 피의자를 더 쉽게 기억하게 돼 법익침해의 정도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공익이 사익보다 더 우월하다고 판단되더라도 그 보도의 내용이 진실과 다르다면 그 때는 실명이 보도된 피의자의 법익침해가 다른 때보다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므로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침해되는 이익 및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의 광협 등을 종합적으로 침착해 언론은 보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피의자 권리보호에 너무 치중해서 일반 소비자의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 이것을 언론이 더욱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생리대 사태로 면생리대 업계가 호황을 누리는 동안 지명되었던 업체는 거의 망할 위기에 쳐했던 것과 동시에 수많은 여성들은 불안감과 답답함으로 수개월을 보냈다. 기업과 업소들이 반복적인 악행을 자행하는 것에 대한 가장 큰 벌은 더 이상 소비자가 그곳을 찾지 않고 그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어 그러한 벌을 줄 수 없는 가장 큰 피해자인 국민들과 이러한 사실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죄를 짓는 기업을 이어줄 수 있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언론의 은폐지수가 그대로인 이상 우리 사회의 부패지수는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한 고통은 오롯하게 국민의 몫이며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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