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위풍당당
  • 승인 2018.06.13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국(수성아트피아 관장)


#1. 지난겨울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IOC는 이 대회가 남긴 역사적 순간 15가지를 선정했다. 스켈레톤 종목 윤성빈의 우승과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가 여자 500m에서 2위를 하고나서 우승자인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와 나눈 감동적 퍼포먼스가 여기에 포함되었다. 과거 월드컵 등에서 항상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우리를 애태우게 했던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와 달리 스켈레톤 경기 4차례 주행에서 압도적 기록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윤성빈은 위풍당당 그 자체였다.

평창에서 대회를 치른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상화는 ‘여전히 난 100점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극복했고, 아직도 건재하다.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 ’고 말했다. 세계 대회에서 2위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우리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곤 했는데 이상화는 아랑곳 하지 않고 위풍당당이다. 특히 금메달을 딴 고다이라와 나눈 포옹은 이 두 스타가 뛰어난 기량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여유만만을 갖춘 위대한 선수임을 웅변하는 장면 이었다. 라이벌 ‘고다이라’의 슬럼프 때 옆에서 함께 자리를 지켜주고 같이 울어준 이상화는 아름다운, 위풍당당한 별이다.

#2. ‘다키스트 아워’ 이 영화는 밀고 오는 독일군에 의해 고립된 해변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병사들의 일주일, 이들을 구하고자 도버해협을 건너는 어부들의 하루 그리고 전투기 조종사의 한 시간. 특별한 주인공이 없으면서도 같은 공간에서 각자 서로 다른 시선과 시간의 흐름 속에 만들어 내는 승리를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덩케르크’ 그 덩케르크 탈출 작전이 구상되고 이루어지기 직전의 치열하고, 긴박한 한 달의 과정을 그렸다. 덩케르크 작전, 그 시작 ‘다키스트 아워’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문 중 하나인 윈스턴 처칠의 연설문이 나오게 된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정치인으로서 많은 실패를 했던 처칠, 끝없이 시가를 피워대는 고집쟁이 노인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 없는 독설가 처칠은 남다른 한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용기였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말이었다. 이러한 처칠을 연기하기 위해 ‘게리 올드만’은 일본의 세계적 분장가 ‘카즈히로 츠지’의 도움으로 완벽한 처칠의 모습으로 탈바꿈 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처칠의 음성과 비교해도 차이점을 찾기 힘들만큼 목소리까지 가다듬었다. 영화는 이런 ‘게리 올드만’ 아니 부활한 처칠의 말과 행동으로 왜 영국, 영국민이 위풍당당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1940년 5월 독일을 향한 유화정책이 실패하자 총리직을 이어받은 처칠은 절망적 상황에서 ‘끝까지 싸우는 국가는 져도 다시 일어 설 수 있지만 순순히 굴복하는 국가는 영영 일어서지 못 한다’며 용기를 잃지 말자고 설득한다. 처칠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정치 지도자 보다 더 큰 용기를 가진 영국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칠은 난생 처음 탄 지하철에서 시민들에게 묻는다. ‘영국이 히틀러와 타협하기 바랍니까?’ 시민들은 ‘절대, 절대, 절대 굴복하지 말라’고 외친다. 이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깊은 감동을 누를 길이 없다. 영국 작곡가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3. 이제 한 달 후면 대구에 위풍당당한 음악이 흘러넘치게 된다. 대구에 몸집은 작지만 큰 울림을 만들어 내는 전문예술단체가 있다. 1994년부터 하우스 콘서트를 시작으로 지금은 대규모 공연 축제까지 만들어 내는 ‘공간울림’ 이 단체는 ‘대박’보다는 ‘소박’을 ‘대중’보다는 ‘소중’을 지향한다. 실력파 아티스트로 구성된 하우스 콘서트뿐만 아니라 마스터 클래스, 콩쿠르를 통한 신예 발굴 그리고 예술 아카데미인 문예학당, 예술을 통한 사회 나눔 활동까지 그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다. 이상경 대표의 가정집 2층에 둥지를 튼 이 단체의 아름다운 움직임은 우리 고장을 예술의 향기로 은은히 감싼다.

공간울림의 비전 중 하나인 국경 없는 문화공동체 사업 ‘Summer Festival in Daegu’는 2009년 ‘내가 사랑하는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작년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상화로에서 실크로드까지’등 매년 다양한 콘셉트의 여름음악축제를 열어왔다. 2018 한영 상호교류의 해인 금년에는 ‘위풍당당, 영국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영국음악을 집중 조명한다. 더불어 민간축제 10년을 정산하는 포럼도 개최 할 예정인데 한 개인 또는 민간단체가 이런 활동을 계속하기에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어려움이 있었을까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공간울림의 소망처럼 음악을 통한 소통의 대박을 기원한다. 아울러 위풍당당 음악으로 위풍당당의 가치를 우리에게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