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가득채운 클래식 선율에 ‘웃음꽃’
교실 가득채운 클래식 선율에 ‘웃음꽃’
  • 황인옥
  • 승인 2018.06.12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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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콘서트하우스 ‘찾아가는 음악회’
눈높이 맞춰 ‘아기상어’ 등 연주
악기 체험하며 정서 안정 효과도
“아이들 관심·환호 받으며 힐링”
20180530_대성초등학교
대성초등학교 ‘교실음악회’ 공연 모습.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A 초등학교 3학년 2반의 교실 문이 열리고 악기를 든 연주자들이 인사를 건네자 아이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어렸다. 이들은 대구콘서트하우스가 2018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와 함께 하는 찾아가는 음악회인 ‘교실음악회’를 맡은 현악연주단. 담임 교사의 연주단 소개가 끝나고 교실 공연이 시작되자 누구도 먼저랄 것 없이 아이들의 엉덩이가 연주단 앞으로 가까워지고 눈망울은 촉촉하게 젖어갔다.

마침내 연주가 끝나고 리더인 클라리넷리스트 정혜진의 곡 설명과 함께 악기 체험 신청을 받자 교실은 손을 드는 아이들의 환호성에 활기가 넘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손을 든 학생 중 한 명이 의외의 태도를 보인 것. 최근 만난 정혜진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가방을 등에서 한 순간도 떼지 않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 아이가 악기 체험을 하겠다고 가방을 내려놓은 거였어요. 음악이 가방에 집착하던 아이의 정서를 한 순간 내려놓게 한 것이죠. 음악의 힘을 눈앞에서 직접 경험했다고 할까요?”

대구콘서트하우스가 2018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와 함께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일까지 10일간 교실음악회를 성황리에 진행하고 막을 내렸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주최, WOS 주관 ‘교실 음악회’는 올해로 2회째를 맞는다. 지난해 교실음악회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올해 연속 기획됐다.

‘교실음악회’는 지역 초등학생들의 문화 체험 기회 확대와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클래식, 친근한 클래식을 목표로 기획됐다. 대구를 대표하는 연주자 2팀이 지역 내 9개의 학교를 방문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클래식 연주를 들려주고 악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구성으로 진행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한 현악연주단의 팀명은 자칭 ‘환상의 조합’. 리더인 정혜진을 비롯 대구시립교향악단 단원인 바이올리니스트 정지민과 곽유정, 비올리스트 최민정, 첼리스트 배규희 등 4명의 멤버로 구성돼 있다.

정혜진이 이름에 얽힌 사연을 소개했다. “학생들에게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세 악기가 모이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환상의 조합’이라는 답을 했어요. 그때부터 우리연주단은 자칭 ‘환상의 조합’이 됐죠.(웃음)”

음악회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졌다. ‘아기상어’, ‘두껍아 두껍아’, ‘캉캉’,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OST 등 아이들에게 친근한 곡을 연주했다. 이 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실음악회’를 맡아 연주를 펼쳤다.

“5월은 연주일정이 빠듯해 교실음악회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단원들이 기꺼이 하려 했어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지만 아이들의 환호와 눈빛에서 저희가 오히려 많은 에너지를 받기 때문이죠.”

교실음악회는 단 한 학급만을 위한 음악회다. 학교측에서 합반이나 강당에서의 공연을 제안하지만 철저하게 학급 음악회로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무대일지언정 같은반 친구들과 함께 하는 가장 친근하고 훈훈한 공연을 선사하고픈 취지에서 제한을 철저하게 지켰다. 40분 음악회가 순식간에 지나갈 만큼 연주자와 청중 모두의 몰입도가 높다. 정혜진은 “음악이 가지는 교육적 효과를 눈앞에서 직접 경험했다”고 밝혔다.

“굉장히 폭력적인 학생이 있는 학급에서 음악회를 하려 했는데 담임 선생님이 걱정을 하셨어요. 그 학생의 폭력성이 언제 나올지 몰라서였죠. 그런데 의외로 음악을 듣고 악기 체험을 하면서 그 학생의 태도가 굉장히 순화되는 것을 보면서 선생님이나 저희 모두 음악의 교육적 효과를 깊이 공감했죠.”

‘교실음악회’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해 60개 학교에서 지원해 10개 학급을 선정한 수치가 올해는 360여개 학교에서 신청이 폭주했고, 이 중 9개 학급이 선정됐다. 정혜진은 청중이나 연주자 모두 만족하는 음악회라는 설명으로 이 기획의 성공요인을 꼽았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은 만큼 연주단의 팀웍도 날로 좋아졌죠. 어느 무대에서도 맛볼 수 없는 순수한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죠. 우리의 좋아진 팀웍이 더 다양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으니 저희가 받은 것도 많죠. 이런 점에서 더 많은 연주팀이 이 기획에 참여했으면 해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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