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영혼…, 응시 5
꿈·영혼…, 응시 5
  • 승인 2018.06.24 2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혼의 뷰파인더 북두(北斗)의 신들이 회전춤을 추고 있는 /칠성판 위에 나는 누워있었다

물푸레나무 그늘처럼 서늘한 긴 모가지 꺾으며 들여다보는 /캄캄한 통 유리창 격자창틀의 수평과 수직이 교직되는 찰나의 한 점을

검은 비구름처럼 떠돌던 어느 전생의 내가 북신(北辰)처럼 깜빡, 불을 켰다

불꽃이 가물가물 어둠을 쥐눈이콩처럼 궁굴리는 저녁의 /긴 골목길은 쥐눈이콩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눈망울을 가진 새까만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다 숨어 든 이웃집 격자창틀에 이마를 대고 /생의 비의를 훔쳐보기도 하는 /몰래 엿듣기도 하는 닫힌 문들이 비로소 열리기도 하는

시간의 신전, 그 입구에는 /태곳적부터 모든 신령들이 키우는 한 그루 키 큰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 푸른 이슬로 목을 축이며 한 채의 /신전인 자신의 몸으로 길을 내는 달팽이 느린 배밀이의 /고요 속에는 입 안 가득 밥알 으깨는 붉은 혓바닥과 흰 이빨 /서로 부딪치고 깨물고 피 흘리며 내어지르는 삶과 죽음의 /메아리, 캄캄한 귓속 /달팽이관으로 회오리 치고 있었다

들숨과 날숨의 격렬한 교직이 끊긴 몸뚱이를 휘감고 있는 /격자무늬 촘촘한 한 장의 흰 무명천 위로 어룽지는 전생이거나 /후생의 희거나 검은 내 그림자들, 무거운 /칠성판을 등에 지고 북두의 신들을 따라서 회전춤을 추며 /하염없이, 늘, 누군가와 약속이나 한 듯 서성이며 /기다리는 한 그루 /물푸레나무로 타오르는 저녁이 있었다



◇김민정 = 1995년 ‘문학사상’ 주관 한국여성문학상 대상 등단.



<해설> 삶의 위중한 단계를 넘어오며 겪어야 했을 화자의 경험담 속에서 우리는 꼭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늘, 누군가와 약속이나 한 듯 서성이며 기다리는 한 그루 물푸레나무로 타오르는 저녁이 있었다.” 그것은 희망이다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삶의 의지, 꼭 살아야 한다는 삶의 강렬한 욕구가 있었기에 칠성판의 늪을 빠져나와 이렇게 희망의 메시지를 남기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정광일(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동영상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