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전두엽은 건강할까요
우리들의 전두엽은 건강할까요
  • 승인 2018.06.2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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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아(대구시의사회 부회장, 계명대 동산의료원 교수)


전두엽은 말그대로 뇌의 앞쪽에 위치한 부분이다. 기능적으로 무척 중요한데, 단순히 팔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기능 외에, 사람을 사람답게 보이게 하는 행동 및 사고에 중요한 축이다. 조직문화에 적용한다면 전문경영인, 즉 CEO에 해당한다고 할까. 어떤 일을 계획하고 결정하여 진행하게 이끌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사회적, 도덕적 판단을 가미하여 절제하고 조절하는 기능까지도 담당한다. 따라서 전두엽이 망가진 경우, 감정적 절제가 되지 않아 쉽게 분노하거나 우울해하고 충동적 행동을 하거나, 판단 및 결정 과정에 장애가 생겨 잘못된 결정이나 결정장애가 초래될 수 있고, 한가지에 너무 집착하기도 하고,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져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아 고집이 세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21세기 대한민국 사회는 어떨까.

작은 언쟁에도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사고가 빈발하고, 약간의 좌절에도 쉽게 우울해하여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보도가 심심찮게 들린다. 판단 오류에 의한 잘못된 결정이 구성원 간의 알력에서부터 금전적 손실까지도 초래하고, 사소한 일에 대한 집착을 넘어 도박 및 게임에 대한 중독으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는 병명 하에 많은 아이들(심지어 성인에서조차)은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해지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인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만 보고 옆의 아이를 살피지 못하기에 여러 문제들이 발생한다. 또한, 작게는 점심식사 메뉴의 결정에서 크게는 국가적 정책 결정까지, 오류를 지적하는 주위의 말을 듣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좋게 해석하거나 고집하는 경우, 카리스마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신문 지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앞서 기술한 전두엽의 기능장애 때의 현상들과 유사하다.

이는 의료현실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장성강화라는 좋은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수많은 의사전문가들이 반대 및 수정 의견을 개진하고, 점진적인 집행을 건의하여도 밀어붙이는 소위 ‘문재인케어’도 한 예가 될 것이다. 상급종합병원 2,3인실의 급여화는 일반병원과의 병실료 역전 현상이 예측되고 다른 필수적인 보장성강화정책의 우선적 집행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미 예정된 정책이기에 실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부분 의료행위의 급여화 정책 하에서는 급여기준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엔 비급여, 즉 돈을 더 내고도 검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예측되지만, 이역시 밀고 나가야 하는, 이미 예정된 정책인 것이다. 유럽 국가들에 비해 우리의 의료비 지출이 높다고 하지만, 저렴한 의료 수가로 인해 1인당 의료 이용 빈도가 훨씬 높음은 고려되지 않은 채, 비급여 항목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없애기로 한 정책은 변함없이 실행될 모양이다. 필자의 네덜란드 연수시절, 대학병원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다른 검사는 전혀 없이 혈압을 재고 심전도를 찍고 의사와 몇마디 말을 나누고서 300유로, 당시 환율 1500원 기준으로 45만원을 내고 왔다. 우리의 의료 수가가 정책입안자들이 얘기하는 것 이상으로, 의료 소비자인 환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저렴하며, 따라서 의료이용 빈도가 높고 개인당 의료비가 높을 수밖에 없음을 입증하는 한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은 일관성 있고 뚝심있는 정책의 추진이라 볼 수도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전두엽의 기능이상 때 나타나는 현상들이 떠오르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전두엽의 기능이상을 시사하는 현상들은 과거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기에, 비단 현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조선 중기 정조의 경우, 고령의 신하에게 ‘경은 정말 생각없는 꼴통 늙은이구려’ 라고 하는 등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어 했고, 스스로도 ‘뱃속의 화기가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가지는 않는다’ 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 헌종 때의 이조판서 조병구는 왕후 앞에서 안경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헌종에게 책망을 듣고 자살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가 아닌 현대의 디지털 세상에서 너무 많이 유입되는 외부 자극이 더더욱 우리의 전두엽을 게으르게 하는 것 같다. 곳곳에 번쩍이는 조명, 광고, TV, 쉴틈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문자. 이런 자극들은, 감각을 받아들이는 뒤쪽뇌와 이들을 판단하고 재조합하는 앞쪽뇌, 전두엽사이의 균형을 깨버린다. 산만해지고 충동적이 되고 조급해지며, 다른 의견을 듣고 깊이 생각하여 지금 이후를 생각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눈을 가리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나의 길을 살아가며 잠시 성공을 이룰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고요함 속에서의 여유와 사색으로 옆을 돌아보며 우리의 전두엽을 건강하게 훈련시킨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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