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띄운다
마음 없이 곤두박질치는 서녘노을
밥상보에 덮여있다.
배는 천리만리 굽은 갑(岬) 너머 꽃잎처럼 흘러가고
내가 띄운 저 배는
몇 만리 끌고 온 그리움 명치에 새겨
내 어이 슬픔이나 나누며 정겨워할까
마음 너머 아득하게 시선 꺾어지고
뒤돌아보면 벼랑 위에 선 목숨인 걸
무슨 인연 맞닿아 저렇게 벚꽃은 흥청망청 피었을까
핏빛 염원 소지(燒紙) 날리며
한 점 붓끝에도 핑 도는 눈시울, 바다여
배 한 척 흘러온 그게 내 염원이었을까?
풍랑 만나 돌아올 수 없는 그 너머에 내 배는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을까
내 마음 실버들처럼 물결치고 있는데
띄운 그 염원 가득 실고
기쁨 펄럭이며 배는 올까
◇제왕국 = 경남 통영 출신. 시민문학협회
자문직을 수행하고 있는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시집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등이 있다.
<해설> 염원의 그 끝에는 무엇이 살까? 기다림보다 더 아쉬운 그리움이 살까? 배가 염원으로 환치됨으로써 생의 굴곡진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삶은 벼랑 위에 선 파랑 같은 목숨이지만 꽃은 언제나 피고 지듯이 우리 인생도 그러하다는 염원 위에 있다. 비록 풍랑 만나 돌아올 수 없는 처지일지라도 염원 놓지 않으려는 화자의 저 핏빛 기원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