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드루킹 수사 ‘부실 의혹’ 속 마무리
경찰, 드루킹 수사 ‘부실 의혹’ 속 마무리
  • 승인 2018.06.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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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들 말 맞추기 등 우려
구체적 결과 밝히지 않기로
댓글조작 규모 등 일부 성과
특검팀, 27일부터 본격 수사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 일당의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오는 27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본격 수사 착수를 앞두고 사실상 마무리됐다.

다만 경찰은 지금까지 수사상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 드루킹 등 관련자들이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며 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의혹의 자세한 실체는 특검 수사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네이버 기사 댓글 추천 수가 급속히 올라가 조작이 의심된다는 의혹이 일자 네이버가 지난 1월19일 경기 분당경찰서에 수사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네이버 기사 댓글에 대한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 조작 정황이 발견됐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월 초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사건을 맡게 됐다.

경찰은 1개월여간 수사한 끝에 댓글조작이 이뤄진 장소로 확인된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를 3월21일 압수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하던 드루킹 등 3명을 긴급체포해 구속했다. 이들은 민주당 권리당원이었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스텝’이 꼬였다. 댓글조작과 관련한 구체적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드루킹 일당을 먼저 구속한 것이 그 요인이었다.

충분한 수사를 거치지 못한 채 신병부터 확보한 터라, 검찰에 사건을 일부 송치하고 핵심 의혹은 뒤이어 규명해 나가는 방식을 쓸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경찰은 구속 기간인 10일간 드루킹 일당이 1월 17∼18일 네이버 기사 1건의 댓글 2개에 매크로를 이용해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만 확인해 3월 30일 이들을 검찰에 송치한 뒤 추가 수사를 이어갔다.

사건의 변곡점은 송치 이후 찾아왔다. 경찰이 압수물인 드루킹 일당의 휴대전화에서 메신저 대화 내용을 분석하던 중 정권 실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당시 민주당 의원) 이름이 불쑥 등장했다.

이런 과정은 언론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송치 후 13일 지난 4월 13일에야 민주당 당원들이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는 사실이 처음 보도됐고, 이어 다음날인 4월14일 김 지사의 실명이 일부 언론보도에서 거론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댓글조작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건은 단순 사이버범죄가 아닌 정치사건으로 비화했다. 현 여당 등 정치권이 전부터 이들의 배후였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확대됐다.

이틀 후인 4월 16일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는 드루킹에게 의례적 감사 인사만 보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드루킹에게 기사 주소(URL)를 전송한 사실이 사흘 후인 19일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이 일을 계기로 경찰 수사는 신뢰도에 치명타를 맞았다. 경찰은 ‘URL 유무가 서울청장에게 미리 보고되지 않은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야권이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와 초기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계속 불어났다.

뒤늦게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경찰은 수사를 ‘투트랙 방식’으로 전환했다. 인력을 대폭 증원한 뒤 댓글조작 혐의와 배후 존재 여부를 동시에 수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정치권에서는 특검 요구가 빗발쳤다.

경찰은 의혹의 주요 당사자 중 한 명인 김 지사에 대해 통신·계좌영장도 발부받지 못한 상태에서 5월 4일 참고인으로 불러 처음으로 대면 조사했다. 그러나 ‘보여주기용 소환’이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작년 19대 대선 전 드루킹에게 김 지사를 소개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정치적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결국 여야가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드루킹 사건 특검법안을 5월21일 통과시켰다. 경찰 수사는 특검 가동 전까지만 진행되는 ‘시한부 수사’가 됐다.

이후 경찰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규모가 댓글 2만여개에 달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는 등 수사에 일부 성과를 냈다. 네이버뿐 아니라 다음·네이트까지 포털 3사를 상대로도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44명을 피의자로 입건했고, 조만간 특검에 사건 일체를 넘길 예정이다. 경찰이 지금까지 확보한 디지털 증거자료는 2시간 영화 6천600편 분량인 26.5테라바이트(TB)이며, 수사기록은 4만7천쪽에 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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