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인미술관 고수영 조각展
서울 경인미술관 고수영 조각展
  • 황인옥
  • 승인 2018.06.25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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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대리석에 새긴 달콤한 사랑
장미 여인·강아지 같은 호랑이
피식 웃음 나는 해학적 작품
“지친 현대인에 위로가 되길”
고수영장미향기
고수영작 장미향기.


만남-메인1
포르투칼 로자 대리석이라고 하는데 연한 장밋빛이 감돌았다. 이 돌로 여인과 양, 자동차와 고양이, 그리고 호랑이를 해학적으로 조각하고는 머리 위에 송이송이 장미꽃을 얹었다. 조각에서 은은한 장미향이 전해져왔다. 조각가 고수영이 기다렸다는 듯이 ‘장미 향기’ 연작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조각은 진지하고 엄숙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한 방에 날려주는 새로운 콘셉트의 조각처럼 다가왔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27일부터 7월3일까지 열리는 ‘고수영 조각’전은 성찬 같은 전시다. 날렵한 여인의 몸매처럼 매끈하면서도 피식하고 웃음을 날리게 하는 해학이 공존한다. 여인의 머리나 양의 등에 소담하게 조각된 장미꽃송이가 조선시대 소녀의 댕기머리나 어린 아이의 꽃굴레처럼 순수하거나 귀엽다.

조각이 너무 친근하다고 묻자 그의 입술에 연한 웃음이 번졌다. “장미꽃말이 사랑이다. ‘장미 향기’ 연작은 사람들에게 주는 내 사랑의 표현이다. 장미꽃을 이고 있는 여인이나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했으면 한다. 그러니 사랑스럽고 친근할 수 밖에”라고.

그도 처음에는 진지한 조각을 했다. 조각 초기에는 링이나 원반들의 유기적인 연결과 조합을 통한 인간 내면의 심층에 내재된 다양한 소리의 변주를 조형화하는 ‘소리’ 연작, 인체를 역동적으로 표현한 ‘다이너미즘(dynamism)’ 연작, 허공에 피어오르는 칼칼한 연기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연기’ 연작을 발표했다. 이 시기 관심사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꿈틀대는 역동적이면서 강한 기운을 조각으로 형상화하는 것이었다.

변화는 연기에서 향기로 주제를 바꾼 ‘향기’ 연작부터 시작됐다. 카라나 나리 등의 꽃에 향기가 피어오르는 형상의 추상과 구상을 혼용했다. 이 연작에서도 역동성은 핵심 주제로 가져갔지만 구상성이 가미됐다. “조각도 대중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이때 했어요.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구상과의 접목이라고 봤죠.” 대중적으로 다가간 새하얀 이탈리아 대리석에서 피어오르는 고혹적인 나리꽃 향기는 코끝을 아찔하게 파고들며 관람객을 유혹한다.

2015년 전시부터 고수영의 조각이 현격하게 달라졌다. 여인의 머리 위에 제법 큰 장미꽃송이가 수북하게 장식됐다. ‘여인’ 연작이었다. 3년만에 갖는 이번 전시는 대중과의 호흡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여인의 형상에 구상적 요인이 짙어졌고, 고양이와 자동차 등 생활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대상들로 소재의 확장도 꾀했다. 여기에 대상의 머리나 등에 장식했던 장미꽃은 간결하게 구성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형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변화도 확연하다. 힘이 확 빠진 것. 빼다 못해 놓아버린 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는 말에 “삶이 보다 다변화되고 복잡해진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것은 가벼운 것이다. 진지하면 엎친데 덮친격”이라며 “그들의 얼굴에 엷은 미소 같은 편안함을 주고 싶어 사실적인 형상보다 관념적인 형상을 조각한다”고 했다. 호랑이를 강아지처럼 친근하게 해학을 가미한 배경은 의외로 소박했다.

작가의 작업 스타일은 논리적이다. 그는 조각 이전에 드로잉과 모형을 만든다. 이 두 과정에 주제를 구축하는 논리를 완고하게 한다. 그의 조각에 직관의 개입이 옅은 이유다. 드로잉과 모형 작업에 논리 구축이 끝나면 대리석을 깎는 과정에는 형상보다 대리석이 가지는 물성에만 집중한다.

생활주변의 소재를 다루면서 주변에 눈길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그. 그에게 조각이어서 행복한 이유를 물었더니 상투적이지만 원론적인 답이 돌아왔다. “조각은 단순 노동, 온몸으로 하는 거친 노동이죠. 그러나 몸이 아픈 줄도 모르고 몰입하게 되죠. 먼지가 코와 피부로 스며들고, 눈이 아리지만 온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이죠.” 02-733-4448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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