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善)의 속성
선(善)의 속성
  • 승인 2018.06.26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0회짜리 드라마를 위하여 /선은 늘 고통 받아야 한다

악의 눈부심을 위하여 /악으로부터 괴롭혀지고 무시당하고 /악의 흉계를 번연히 알면서도 /선은 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팽개쳐지고 무너져야 한다



그리하여 셀 수 없는 고통과 좌절을 /119회 내내 맛보며 울고 쓰라려야 한다



보라 120회에 이르러서야 선은 이긴다 /악은 많은 걸 잃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지만 /오래 속죄할 필요는 없다

선은 늘 선하기 때문이다 /선이 가진 그 치명적인 속성이 /애잔한 눈빛으로 고개 주억거리며 /악에게 던지는 용서의 말 한 마디면 /지난했던 드라마는 해피엔딩이다

선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119번을 피 터지게 얻어맞다가 /한차례 어루만져주는 것으로 /선은 이긴 것이다 /아니 이겼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결코 용납할 수 없지만 /나의 용납은 아무 상관이 없다





◇김상출 = 경북 영주 출생. 2011년 ‘영주작

가’로 등단. 시집 ‘부끄러운 밑천’



<해설> 선과 악. 어쩌면 선은 없고 악만 존재할 뿐인지 모른다. 다만 당해야 하는 한 피해자를 위해 하나의 도피처를 제공하는 것이 선으로 비칠 뿐이다. 똑같은 악이지만 약자일 뿐이다. 약해서 어쩔 수 없을 때 약자들끼리 모여 강자를 이기는 것 그것이 선으로 비칠 뿐이다. 시인은 그것에 분개한다. 작은 승리를 축하해야 하는 약자의 설움일 것이다. -정광일(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