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유감
수돗물 유감
  • 승인 2018.06.26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연청(부국장)


물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다.

공기와 함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 신체에 반드시 필요한 물. 지금 이 물 때문에 대구지역 전체가 야단이다.

대구 수돗물에서 미규제 화합물질이 검출됐다는 언론보도가 나간 후 대구시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고 있고, 환경부 차관이 대구의 한 정수장을 급거 방문, 수돗물이 음용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대형마트에는 생수를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해묵은 대구의 취수원 이전 논쟁이 또다시 가열되고 있다.

지금보다 낙동강 더 상류지점의 물을 끌어다 사용해야 한다는 대구시의 논리와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구미시 등지의 논리가 팽팽히 맞닿아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당선인들도, 대구와 경북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물 문제로 같은 지역에서 반목까지 일어나고 있다.

사실 ‘물’이란 것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그 소중함을 대구시민들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지난 1991년 구미공단의 두산전자에서 3월 14일과 4월 22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페놀 30톤과 1.3톤이 낙동강으로 유출된 페놀사태를 겪으면서 대구시민들은 ‘물’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펄떡 일어날 만큼 물 문제에 민감해져 있다. 결국 페놀 사태가 빌미가 돼 당시 대구시가 추진하려 했던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도 무산됐다. 이밖에도 1994년 벤젠과 톨루엔 검출, 2006년 퍼클로레이트 검출, 2008년 화재진압 소방용수 유독물질 유입사건, 2009년 1월 발암 의심물질 ‘1,4-다이옥산’ 유출 등 워낙 많은 수질 사고를 겪은 대구 시민들은 환경부와 대구시의 해명에도 이번 수돗물 과불화화합물 검출 사태에 대해 충격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음용수로 제공되고 있는 수돗물의 화학물질 검출 항목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선진국의 음용수 수질항목 기준과 우리나라의 기준은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에서부터 A라는 화학물질과 B라는 화학물질은 미량 수돗물에 섞여있어도 괜찮으나 A 화학물질과 B 화학물질이 서로 만나 C라는 이종의 화학물질이 생성된다고 해도 그에 대해서는 기준조차 없어 수질조사 항목 기준부터 믿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돈다.

그래서 화학물질을 많이 뱉어내는 공장들이 산재한 구미공단 등을 끼고 있는 낙동강 지점보다 더 상류의 물을 대구의 취수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 아래 대구시가 취수원 이전 사업을 구상했지만 십 수년째 이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북과 대구가 상생을 외치며 벌써 몇 번이나 이 문제를 거론하며 탁상에 마주앉았지만 한 번도 이 문제의 실마리가 시원하게 풀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대구 취수원 이전은 매 번 선거를 치를 때 마다 광역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의 공약 1순위가 됐고, 그 누구도 임기가 지날 때까지 이 공약을 실현시킨 이는 없었다.

이 때문에 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이후 처참하리만치 막가는 내홍을 앓고 있는 중이다. 대구경북 지역에 포진한 국회의원은 거의가 한국당 의원인데, 중앙 정치 무대에서 보수를 바로잡기 위해 무엇인가 인상 깊은 액션을 취하는 대구경북 출신 의원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소위 보수의 본산이라는 대구와 경북지역 출신 의원들이 그들을 밀어 준 지역 유권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중앙 무대에서 별반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 문제로 다가가면 더욱 그러하다. 대구 취수원 이전은 결국 정치적 해결이 최종 답안이 될 것으로 쉽게 짐작되지만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 가운데 정치적으로 이를 해결해 보려 전력투구하는 이는 선뜻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구시라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독려해야 할 대구시의회가 이 문제에 집중하는가 하면 이 역시 전혀 그렇지 않다. 서른 명의 시의원 중 지난 7대에서 시의원으로 있던 이 중 4명 만이 8대에 진입했을 정도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혹독한 공천 파동을 겪은 시의원 당선인 중 지금 시점에서 이 문제를 소리 내 언급하고 있는 이는 없다. 중앙에서부터 지역까지 한국당이 모진 내홍을 겪는 와중에서도 지역의 재선 이상 한국당 출신 시의원들은 8대 의장 자리를 꿰차기 위해 진흙탕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시민들이 수돗물 때문에 약수터 앞에서 전쟁을 치르든, 생수를 먼저 사려 악다구니를 벌이든 그것은 나중의 문제다.

시장도 노력하고 도지사도 협조하고,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도 너나없이 똘똘 뭉쳐 지역민들을 위해 정치력을 발휘하고, 자치단체가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광역시도의원들이 독려의 채찍질을 해도 풀릴까말까 하는 이 엄중한 물 문제 앞에 모두가 제 앞가림에만 바쁜 형국이니 물 문제는 언제나 제대로 풀릴 수 있을 것인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