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글 바로 쓰자는데
우리 글 바로 쓰자는데
  • 승인 2018.06.2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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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하다 보니, 말과 글도 줄이거나 변형해서 쓰는 일이 많아졌다. 세대 간의 말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우리말이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특정 밴드의 초대를 받은 지 반년이 조금 지났다. 나를 초대한 지인은 회원 수가 많은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역시 전국 규모의 연배가 비슷한 성인들이 소통하는 곳으로 좋은 글과 음악, 사진 등 다양한 생활 정보와 소식이 매일 올라오고, 공감의 표정이나 댓글도 부지런히 달리는 활동적인 모임이 분명했다.

밴드에 올리는 글은 정치적 또는 종교적 색채가 남다르거나 광고성이 아니라면, 어떤 내용이라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더불어 사생활보호를 위해 특정 시간대에는 밴드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등의 공지사항도 있는 것을 보니 더 편안하고 건전하게 보였다.

그러나 한 가지 불편한 점이라면, 우리글을 바르지 않게 사용하는 일이 종종 눈에 띄는 것이었다. 망설이던 끝에 매우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올려보았다. ‘이왕 좋은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인데, 맞춤법에 조금만 신경을 써준다면 더욱 빛나는 밴드가 될 것 같다’고 말이다.

글을 올린 지 두어 시간이 지나 ‘비판 의견이 빗발쳐 삭제하게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거부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그리 큰 실망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겉으로 비판을 하면서도, 내면으로는 일정부분 개선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여전히 갖고 있다. 잘못된 줄을 알면서 고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비판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요즘 세상에 맞춤법 따져가며 SNS(Social Network System)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느냐. 융통성 없이 꽉 막혀 답답하다는 불만의 소리에, ‘그런 것까지 신경을 써가며 어떻게 사느냐’는 말이 우습게 들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평소 밴드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아 친근감도 없는 상태에서 기껏 훈계 타령의 글이나 올린 것이 몹시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니까 범죄 중에도 가장 무서운 괘씸죄를 저지른 셈이었다. 그래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고 했다. 밴드의 위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야한다며, 친근하지 못한 회원의 눈이 더 객관적일 수 있다고도 했다.

공식적인 문서가 아니니 자연스러운 사투리나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은 물론 자음 또는 모음만을 사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정감 있고, 쉽게 다가오며, 시간도 단축된다는 점에서 공공연하게 쓰기도 한다. 다만, 일부러 지어낸 것 같은 이상한 표현이나 한글도 아니고 외국어도 아닌 어정쩡한 표기는 듣기에 거북하고 교육적으로도 건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요즘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우리말과 글을 올바로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고 답답하다는 뜻인가.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조심스럽게 올린 의견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삭제되고, 기존 회원들로부터 비판의 뭇매를 맞았으니 탈퇴를 고려해볼 만도 하다. 하지만 탈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씩이라도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까닭이다.

옳은 의견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당장은 듣기에 거북하고 실천하기 어렵더라도 기꺼이 수용하는 자세가 더 나은 조직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정부나 기업, 학교, 단체 등 조직사회에서도 달콤한 말만을 좋아하다가 정책이 엉뚱하게 흘러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물며 작은 밴드에서 이 정도라면, 우리 사회의 정의는 누가 감히 떳떳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공공의 성격을 지닌 기관이나 언론 등에서 정체성 잃은 모호한 용어를 앞장서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이 그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움직이는 버스나 지하철의 광고 문구에도 더욱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 잘못된 줄 알면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은, 쓴 약은 먹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다. 진정성 있는 의견은, 인정하고 개선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분위기가 주변으로 널리 번져나가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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