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담그고 싶네…현실감 느껴지는 청정계곡
손 담그고 싶네…현실감 느껴지는 청정계곡
  • 황인옥
  • 승인 2018.06.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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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일부터 경주 라우갤러리
극사실주의 화가 김병집展
“힐링되는 자연, 계속 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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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집(사진)의 작품 앞에 서면 눈보다 손이 먼저 근질거린다. 툭 튀어나온 돌 앞에서 만져보지 않을 재간이 없어진다. 돌을 생선포처럼 얇게 떠서 캔버스 위에 박아놓았다고 착각할 만큼 진짜 돌을 빼다 박았다. 1급수 청정수로 표현된 계곡물도 현실감 있기는 매한가지다. 깊은 청청 계곡을 옮겨놓은 김병집의 극사실주의 작품이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어내 주는 기분이 든다.

작가가 “지난 4월에 열린 대구아트페스티벌에서 가장 인기 있던 작품이었다”며 작업실 벽에 붙은 올해 전시 계획서를 가리켰다. “각종 아트페어와 초대전, 단체전까지 합하면 올해 전시만도 10개가 넘는다”며. 다양한 전시에 초대되는 비결에 대한 물음에는 “1급수 개울가에서 물고기 잡으며 뛰어놀던 어린시절의 향수와 청정 계곡을 옮겨놓은 듯 한 자연풍경이 주는 힐링적 요소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조로 답했다.

작업 초기에는 인물 수채화나 당시 유행하던 음침하고 무서운 기운이 감도는 초현실적인 작품을 그렸다. 지금의 청정계곡 1급수 풍경을 그린 지는 2년 남짓 됐다. 정확히 2016년부터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더해가면서 자연에 끌리기 시작했고, 루어낚시를 다니면서 오염된 환경을 자주 목도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1급수 청정계곡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작품의 배경에는 자연훼손에 대한 고발성적 의도가 다분히 있었어요.”

현대미술이 대개 그렇듯 그 역시도 재료와의 사투가 길어졌다. 계곡에 흩어진 돌과 흐르는 물을 극사실주의로 입체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재료를 실험했다. 꽤 긴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

“복합적인 재료로 돌을 만들고, 그 위에 유화물감으로 돌의 질감과 느낌을 표현해요. 물은 특수 투명재질로 처리해 사실성을 더했죠.”

물의 덕성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 모든 장애물을 수용하는 물의 태도도 칭송의 대상이다. 작가는 이러한 물의 덕성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물의 흐름을 포착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여기에는 시간성에 대한 의지가 들어있다.

작품3
김병집 전시작.

“물의 흐름에 따라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자연스럽게 결정되죠. 그 시간성을 담아내고 싶어 물의 흐름을 최대한 감지하려 하죠.”

국내에서 1급수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오염원이 늘어난 때문이다. 청정계곡에서 찍은 사진이 작품의 기초가 되는 만큼 발품을 파는데 공을 들인다. 어렵게 찾아 찍은 1급수 계곡 풍경들이 화폭에서 다양하게 조합된다. 초기에는 돌과 물고기, 나비 등 다양한 대상을 통해 이야기를 단단하게 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는 줄이고 담백한 풍경을 선호한다.

“내가 좋아하고, 보는 이도 마음이 힐링되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게 자연인 것 같아요.”전시는 내달 2일부터 8월 12일까지 경주 예술의 전당 내 라우 갤러리에서. 054-772-55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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