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그래도 찜찜, 양치도 생수로…수도꼭지엔 여과기”
시민 “그래도 찜찜, 양치도 생수로…수도꼭지엔 여과기”
  • 강나리
  • 승인 2018.06.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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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안전’ 발표에도 충격 계속
생후 100일 아기 목욕도 생수로
이웃끼리 어울려 약수 ‘품앗이’
대구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째 지났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분위기다. 지난 25일 환경부 차관이 대구를 방문해 수돗물을 직접 마시며 안전성을 강조한 데 이어 ‘안전하다’는 대구시의 공식 입장 발표에도 충격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권고치를 밑돌아 안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생수 대란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연이은 식수 불안 사태는 시민들의 일상을 바꿔놨다.

○…직장인 이연서(여·29·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최근 먹고 마시는 물 뿐만 아니라 양치와 세수할 때도 생수를 쓰고 있다. 아토피가 심한 이씨는 물이나 공기에 예민해 환경 문제가 터질 때마다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양치까지 생수로 한다고 하면 별나 보일 수 있지만, 입에 들어가는 물인데 발암물질이 섞였다면 정말 소름돋는다”며 “당분간 웬만하면 수돗물은 안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기철(57·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수돗물에 대한 가족들의 불안이 지속되자 가정에서 사용하는 샤워기와 주방용 수도꼭지를 여과 기능이 있는 기능성 제품으로 교체했다.

김씨는 “수돗물을 쓰는 게 불안하지만 계속 생수를 사서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조금이나마 유해물질을 거를 수 있는 샤워기로 바꿨다”며 “대구시와 정부가 수돗물을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거듭 말하고 있지만, 앞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는데도 쉬쉬한 경향이 있어 믿음이 안 간다”고 말했다.

○…두 딸을 키우는 주부 김나현(여·36·대구 달서구 대곡동)씨는 지난 22일부터 딸의 목욕물로 생수를 사용하고 있다. 생후 100일이 안 된 막내 딸을 유해물질이 섞인 수돗물로 씻기기 불안해서다.

김씨는 생수 대란으로 인근 대형마트에서 저가의 생수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이틀에 한 번꼴로 온라인을 통해 생수를 주문하고 있다. 김씨는 “아이를 씻기려면 최소 2ℓ의 생수가 필요하다. 부담이 적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물을 쓰고 싶어 노력 중이다”며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을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지도 못하는데 이제 물까지 난리여서 엄마로서 마음이 안 좋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 강모(62·대구 서구 중리동)씨는 요즘 지하수와 약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돗물 보도가 나온 후부터 강씨는 같은 아파트 주민들과 당번을 정해 팔공산이나 가창 약수터에서 약수를 떠온다. 구해온 약수와 지하수는 한번 끓여서 마신다.

강씨는 “매일 약수터에 갈 수 없으니 서너집이 돌아가며 몇 통씩 떠오기로 했다”며 “생수도 어디서 떠오는 건지 믿음이 안 가서 마실 물이라도 이렇게 비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나리·

정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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