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편의 시를 식구마냥 데리고 지하철 탄다
창문에 얼비친 네이비빛 무릎 위
김사인의 ‘장마’와 문태준의 ‘맨발’과 김명인의 ‘너와집 한 채’
나보다 더 당당하게 무임승차 한다
반월당역에서 사월역까지
어둠 속 저 식구들 레일 위 장마를 뚫고
공작산 수타사에서
맨발 내미는 어물전 조개의 조문까지 마쳤다
덜컹덜컹 끝내는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 토방까지 얻어
나이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될 작정을 한 듯 서로
어둠의 골짜기 불 켜고 달린다
추르르륵 저 남자들 적나라한 짓거리들이라니
종착역 바쁘게
서로 다른 출입문 사이로 한 무리 서두르는 몸짓들
순간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좋을지
소로도 찾지 못 한양 쭈그려 앉아
층층이 비껴간 삶의 골짜기
해설을 덮는다
◇김위숙=경북 경산 출생.
1999년 ‘불교문예’, 2002년 ‘현대시’ 등단.
계간 ‘낯선시’ 편집위원.
시집 ‘내 남편 김의부씨의 인생궤적’
<해설> 시인이 다른 사람의 시와 동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한데도 다섯 편의 시와 그 화자인 남성들 틈에서 그들의 세계를 깨부수고 스스로를 접목시켰으니 어지간한 팬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시인의 여행이 끝이 나지만 참 시인다운 모습이어서 보기가 즐겁다 .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