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는 무엇이며, 왜 의사들은 결사반대하는가?
문케어는 무엇이며, 왜 의사들은 결사반대하는가?
  • 승인 2018.06.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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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요즘 의료계의 핫이슈는 단연 ‘문케어’(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다. 사활을 걸고 극구 반대하는 의료계와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내세우며 밀어붙이는 정부와의 대립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건강권을 결정할 중차대한 정책이 어떤 것인지 정작 당사자인 일반 시민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듯하다. 보장성, 급여, 비급여, 보험 등의 단어는 일반 시민들에게 먼 나라의 외국어 수준으로 생소하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지 쉽게 풀어서 정리하고자 한다.

2017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30조 6천억 원을 들여 미용, 성형을 제외한 분야에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는 계획(소위 ‘문케어’)을 발표했다.

의료보험이 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지불하던 항목(의학적 비급여), 예를 들면 1, 2인실 등의 상급병실료, 초음파, MRI 등을 국가(국민건강보험)에서 의료보험으로 보조해 주겠다(급여화)는 이야기이다. 앞으로는 모든 검사비와 치료비를 국가에서 70%가량 보조해 주겠다는 내용이니 시민의 입장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 분명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에게 의료비 지출을 줄여 주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그냥 반대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의사 수만 명이 서울 도심에 모여 반대 집회를 열고 집단 휴진까지 거론하는 결사항전이다. 왜 이럴까?

반대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제일 큰 이유 중 하나는 부족한 재정이다. 정부는 저축되어 있는 20조의 건강보험 적립금에 매년 거두게 되는 건강보험료를 더하면 30조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으니 앞으로 5년간 이것을 쓰면 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의사들이 보기엔 이것은 현재의 비용을 단순 덧셈한 것으로 앞으로의 의료비용 증가분을 턱없이 과소평가한 오류라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기에 6세 미만 영유아의 입원비 전액을 의료보험으로 지원하는 ‘공짜입원’을 시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유행병도 없었는데 입원하는 영유아가 급격히 증가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2005년 이전만 해도 매년 4~6%정도 증가하던 영유아 입원비에 대한 건강보험공단 지출이 2006년 한해에만 39.2%로 폭등하여 1천38억 원을 국가에서 더 지출하였다. 당시 “입원비가 무료라 아프지 않은 아이를 입원시키고 부모가 여행 갔다”, “병원이 제 2의 어린이집, 유치원이 되었다”는 웃지 못할 소문마저 돌았다. 지금도 본인부담금이 거의 없는 저소득계층, 즉 의료보호의 1인당 지출액은 일반 의료보험의 5~6배에 달한다. 이것은 도덕적 해이와 재정낭비 문제가 원래 의도한 정책의 취지를 압도한 좋은 실례이다. 10만원이면 MRI를 찍을 수 있고, 2만원이면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게 되므로 지금보다 검사가 더 늘게 될 것은 불 보듯 명확한데, 이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부족할 것이 뻔한 예산으로 무턱대고 선시행부터 밀어 붙이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하나의 포인트! 정부는 그간 모아놓은 적립금을 5년간 투입한다 했다. 그러면 5년 뒤는 어떻게 되는가? 여태껏 국민들이 꼬박꼬박 낸 의료보험료를 모아 놓은 저금통을 다 털어 쓰면 5년 뒤에는 지금보다 훨씬 늘어난 의료보험예산을 어디서 가져오겠다는 이야기인가? 현재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그간 풍족하게 의료서비스를 누린 댓가는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상이라는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복지는 결국 돈이다. 시민들의 의료비를 경감시켜 준다면 그만큼의 세금을 어디선가 더 거둬야 한다. 돈이 하늘에서 떨어질 수는 없지 않은가. 당장 내는 의료비가 줄어들어 좋을 것 같지만 결국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출해야 한다. 그것도 쓴 만큼 내는 것이 아니라 몇 배로 더 내어야 한다. 단지, 지금 당장 내는 게 아니라 몇 달, 몇 년 뒤에 내게 되는 외상일 뿐이다. 이제껏 ‘비급여의 급여화’는 하기 싫어서 또는 하지 못해서 안 한 것이 아니었다. 국가 재정이 충분하지 못하여 천천히 진행해 온 것이었다. 이런 것을 의료 전문가이며 의료서비스 공급의 당사자인 의사들과는 아무 사전 논의 없이 선심 쓰듯이 발표하고, 호의적인 여론을 방패삼아 비판적 여론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의사들이 무슨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구국의 영웅도 더더욱 아니다. 시민, 정부, 여당, 시민단체 모두 찬성 일색인 판에 여론의 뭇매를 혼자 뒤집어써 가며 반대를 외치는 독야청청은 정말 하기 싫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뻔하게 다가올 대재앙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금 강조하는데, 의사들은 국민들의 의료비 걱정을 줄이겠다는 근본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속도와 방법이 졸속이라고 것이며, 충분히 보완하여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문케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우리 의사들은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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