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難民)인가, 난민(亂民)인가
난민(難民)인가, 난민(亂民)인가
  • 승인 2018.07.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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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난민 여론조사 결과는 의외였다. 여론조사 기구인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전국 19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응답이 49.1%로, ‘찬성한다’는 응답(39.0%)보다 오차범위 밖인 10.1%p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잘 모름’은 11.9%로 나왔다. 찬성한다는 의견이 필자의 예상보다 높이 나왔다는 점은 의외다.

예멘은 수니파 53%, 시아파 47%의 이슬람교를 가진 국가다. 1990년에 무혈통일을 이룬 국가지만, 1994년부터 종교적인 갈등으로 내전이 반복되는 나라, 2014년부터 현 정권인 하디정권을 반군이 공격하면서, 또 다른 갈등에 휩싸인 나라이기도 하다. 여기에 인접하고 있는 사우디까지 개입을 하면서, 국제적인 분쟁의 중심에 서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와 크게 상관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2014년부터 우리나라가 자체난민법을 제정하게 되면서, 난민들은 비자가 없어도 국내로 입국이 가능해졌다. 특히 올해부터 제주와 말레이시아간에 직항이 개설되면서, 예멘 난민들이 제주로 오기가 용이해지면서, 난민 수용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낯설다. 예멘이라는 나라도 낯설고, 그들의 종교도 매우 낯설다. 가끔 접하는 소식은 이슬람권의 각종 충격적인 범죄소식이 전부다. 얼마 전까지 국제사회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이슬람국가, 즉 IS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2014년 6월 이라크 제2의 대도시 모술과 인근 유전 지역을 점령하면서, 엄청난 기세로 세력을 확장하던 IS는 2014년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동맹군이 IS 격퇴계획에 착수하면서, IS는 2017년 7월 주요 거점도시였던 이라크 모술에서 패하고, 10월에는 시리아 락까에서 패하면서 다소 와해되긴 했으나, 여전히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세계는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난민협약가입국이다. 정확하게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에 서명을 한 국가다. 이는 국제사회의 위상을 드높이고, 인권에 관한 우리나라의 지위를 향상하는데, 긍정적인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무조건 난민을 받아들여서도 안 될 것이고, 배척해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먼저 국민들의 뜻을 명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국민들이 뭘 모르고 반대를 한다’는 식으로 국민들을 가르치려고 들어서는 곤란하다.

지난달 28일에는 “법무부장관에게는 난민법 제40조 2항에 정한 취업허가 조건에 관한 규정을 어기고 임의로 취업을 허가할 권한이 없다”라며 박상기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현 정권에서 이를 단순히 지역 이기심에서 비롯된 민심으로 해석하면, 돌이키지 못할 대가를 치러야 하는 ‘시행착오’를 거칠 수도 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오전 외국인정책실무위원회를 열어, 공정하고 신속한 난민심사 진행을 위해 ‘난민심판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지난 28일 외국인출입국 및 경찰청 등 6개 기관·단체가 참여하는 총괄지원 TF팀 회의를 열어 예멘 난민 종합 지원 대책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예멘 난민 신청자는 500명이며, 자국으로 돌아간 이들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심사대상은 486명이다. 난민신청 허가를 폐지하고, 난민 신청을 불허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록된 서명인원은 53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범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결과론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려와는 달리 이들이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난민 심사를 통해 난민 지위를 얻게 되면 체류비자(F-2)를 얻게 된다. 투표권만 제외하면 우리와 동등한 지위를 얻게 되고, 소득이 적으면 기초생활수급자로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반면 가짜 난민을 막기 위한 취업제한 6개월을 해제하였으니, 수산업종이나 농업 업종에는 취업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난민(亂民)과 난민(難民)은 구분되어야 한다. 전자는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한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들을 말한다. 반면 후자는 말 그대로 전쟁이나 재난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예멘 난민들은 당연히 후자다. ‘곤경에 처한 사람들은 도와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다만 제주, 한 지역만의 부담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전국으로 분산시키는 것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일 수 있다. 제 나라를 등지고 느닷없이 건너온 이방인이 달갑지는 않겠지만, 배척만 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으면 받아들이는 것도, 국제사회에서 인도주의적 국가 ‘대한민국’이 보여줄 수 있는 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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