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대구 수돗물 불신
[윤덕우 칼럼] 대구 수돗물 불신
  • 승인 2018.07.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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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주필 겸 편집국장)
대구수돗물. 환경부와 대구시는 괜찮다고 하지만 시민들은 꺼림칙하고 불안하다. 대구수돗물은 시민들에게 늑대소년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대구시민의 70%, 175만명 정도가 구미공단 폐수를 정수한 물을 마시고 있다. 이 수돗물을 마시는 시민들 중에는 임산부도 있고 젖먹이도 있다. 구미공단에서는 매일 이름과 종류를 알수 없는 수많은 공장폐수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조차도 그 내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전문가들은 비록 기준치 이하라도 유해물질간에 상호작용이 일어나면 예상치 못한 제3의 독성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공단폐수는 구미공단하수처리장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리고 불과 30여km떨어진 매곡정수장과 문산정수장은 이 낙동강물을 수돗물 원수로 사용하고 있다. 매곡정수장과 문산정수장은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각각 하루 70만톤과 20만톤의 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고도정수처리는 현재의 정수과정에서 과학적인 정수과정을 한번 더 거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정수처리로는 없애기 곤란한 냄새 발생물질, 발암성물질, 기타 물속에 녹아있는 물질을 제거한다고 한다.

그런데 대구시가 지난 5월 두차례 매곡·문산정수장에서 8종의 과불화화합물을 검사한 결과, 국제암연구소가 발암물질로 지정한 과불화옥탄산이 낙동강 원수와 정수된 수돗물에서 검출됐다. 또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인 과불화옥탄술폰산과 과불화헥산술폰산도 검출됐다. 환경부와 대구시는 극히 미량이라서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그리고 권영진 대구시장과 안병옥 환경부 차관, 김승수 대구시 행정부시장도 이 수돗물을 시민들이 보란듯이 시음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물 박사로 알려진 이태관 계명대학교 환경과학과 교수는 “과불화화합물은 극히 미량도 문제가 될 만큼 위험한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이교수는 환경부가 문제가 된 물질 중 과불화옥탄산만 발암물질이라고 밝힌데 대해 발암물질 분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과불화화합물이 몸 속에 축적되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라는 점이다. 사람이 섭취하면 몸속에 농축되고 배출까지 5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또 해당 물질들은 내분비 교란물질, 즉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친수성이 높아 혈중 농도도 높게 나타난다. 환경호르몬은 체내에서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예상하기 힘든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임신 장애, 기형아 발생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영·유아와 어린이, 노인 등 노약자에는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번에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은 이론적으로는 오존 처리나 활성탄 처리를 하면 분해, 흡착을 통해 제거된다. 하지만 하루 처리하는 물이 80만톤에 육박하는 매곡정수장은 급속 정수처리시스템을 거칠 수밖에 없어 10%밖에 제거가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끓여도 휘발되지 않는 것도 문제점이다. 가정에서 물을 끓여봤자 최고 온도가 섭씨 100도다. 해당 물질의 끓는점은 섭씨 200도기 때문에 수돗물을 끓여도 물만 날아가고 물질은 그대로 남는다. 유해물질을 농축시켜 마시게 되는 셈이다.

시민들이 더욱 불안해 하는 이유는 환경당국의 모호한 태도다. 환경부는 낙동강 수계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 주요 배출지역을 구미하수처리구역으로 확인, 폐수배출시설을 전수조사해 주배출원에 대해 원인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배출원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정확한 감시를 위해 배출원 등 정확한 내역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환경부 등 관계당국은 최소침해의 원칙을 내세우며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최소 침해의 원칙은 행정목적을 달성할 때 피해가 가장 작은 수단을 택해야한다는 원칙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배출원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물을 마시는 175만명의 건강이 달려있는 대구시민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논리다.

전직 대구시장 중에 어떤 분은 대구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시민들은 여러모로 궁금하다. 권영진 시장과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집에서 어떤 물을 마실까. 김문수 대구시상수도 사업본부장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장세용 구미시장은 집에서 무슨 물을 마시는 지 궁금하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유해물질이 섞인 수돗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생수를 사 마시거나 가정 내 정수기를 설치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권영진 시장은 시장직을 걸고 빠른 시일 내에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권시장은 빨리 취수원을 이전하고 싶겠지만 혼자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장세용 구미시장 그리고 여야를 아우르는 지역정치권의 함께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비전과 약속은 ‘사람이 먼저’이다. 대구취수원 이전은 바로 ‘사람이 먼저’여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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