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째 흔들리는 한국의 원자력산업
뿌리째 흔들리는 한국의 원자력산업
  • 승인 2018.07.0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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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원자력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한 지 1년 만에 원자력 기술자들이 대거 산업현장을 빠져나고 있다. 대학에서도 원자력 관련 학과의 지망생이 크게 줄거나 학과 자체가 폐지된 곳도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나라의 원자력산업이 전멸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공해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될 전망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난 현상이 원자력산업 현장에서의 인력 유출이다. 한국전력기술에서 지난 1년여 동안 퇴직한 원전 분야의 인력은 53명에 달했다. 반면 신규 채용 인원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같은 기간 61명의 기술자가 퇴직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전문 인력 유출은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의미한다. 55조원에 달하는 사우디 원전사업 수주에서도 우리의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전문 인력이 산업현장을 떠나는 마당에 대학에서 이를 전공하겠다는 학생이 모일 리가 없다. 올 하반기 KAIST 2학년 진학 예정자 94명 중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전공을 선택한 학생은 단 한명도 없다. 세종대와 부산대에서도 관련학과 박사학위 지망자가 한명도 없다. 영남대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지망생이 급감할 것을 예상해 원자력 연계 전공을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이 뿌리부터 뽑히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마이크로소포트 창업자 빌 게이트는 회장직에서 은퇴해 원자력 벤처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그때 그는 차세대 원자로를 한국과 공동개발하기로 약속했다. 그는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시공하는 원전 선진국임과 가장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할 국가임을 인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차세대 인류문명을 위한 핵심 기술이 바로 원자력임을 인지했다. 인류가 갖고 있는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 대안이 원전이기 때문이다.

원전기술자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고 학교에서도 전공자가 급감하면 한국의 원자력 산업도 멀지 않아 붕괴된다. 유출되는 양질의 기술 인력이 만약 중국으로 빠져나간다면 그동안 가진 힘을 다해 축적한 한국의 원자력 기술도 그대로 유출된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에너지 생산도 어렵게 된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우리가 축적해놓아야 할 핵무기 제조능력도 말살된다. 정부는 세계적 추세와 반대로 가고 있는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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