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조건의 이중성
사랑과 조건의 이중성
  • 승인 2018.07.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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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 대표


“사랑과 조건”에 관한 칼럼의 주제를 설정하면서 마음속의 복잡미묘한 갈등의 근원을 알 수가 없었다. 사랑과 조건의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인 행위에 얼마나 많은 남녀들이 가슴앓이를 했을까? 조건은 현실이고, 사랑은 안개속의 미로와도 같다. 그 문제의 해답을 찾고 싶었다. 오전 내내 집안에서 뒹굴다가, 답답한 가슴에 바람이라도 쐴 겸 해서 아파트 단지 내의 수영장을 찾았다.

토요일 오후라, 다들 야외 나들이를 갔는지 의외로 조용했다. 잔잔한 물의 흐름에 온몸을 맡긴 채, 무아지경의 상태로 칼럼의 주제에 몰입했다. 어쩌면, 사랑과 조건의 이중성을 우리는 은근히 즐겨왔는지도 모른다, 평소에 면이 있는 중년의 여성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기어코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결혼의 조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랑이 우선인가요? 조건이 우선인가요?”그녀의 대답은 단순했다. “젊었을 때는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사랑이 우선이지만, 나이 들면 조건을 따지니까 결혼 못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며칠 전에 옛 친구 두 명이 사무실에 놀러 왔다. 이제는 중년의 원숙미가 물씬 풍기는 여자 셋이서, 자신의 결혼생활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냈다. 한 친구는 대학시절에, 화장실 갈 때도 같이 붙어 다닐 정도로 친분이 있는 단짝이었다. 그녀는 사업에 성공한 여장부 엄마를 둔 부잣집 외동딸이다. 대학 졸업 무렵, 그녀의 조건에 걸맞은 좋은 집안에서 선자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교시절부터 사귀던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 남자친구는 학벌, 직업, 집안 배경, 경제력 등 딱히 내세울 수 있는 조건이 없었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억새풀처럼 살아온 그녀의 어머니는 딸자식을 내노라하는 집안에 시집보내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녀의 자살소동 해프닝이 일어나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어머니는 내키지 않는 허락을 했다. 남편은 소위 말하는 처월드 신세를 졌다. 처가의 도움으로 원단 장사를 시작해서 지금은 평범한 가정을 이루었다. 자존심 강한 남편은 처가살이를 하면서 친구의 속을 썩였고, 부부싸움이 잦았다. 친구는 두 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싶지 않다며 툴툴댔다.

한 친구는 고교시절에 퀸카라 부를 정도로 외모도 수려하고, 공부도 곧잘 하는 성실한 친구다.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 계통의 좋은 직장에 취직하였다. 그녀의 말을 빌자면, 맞선을 백번도 더 봤는데 나중엔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혼란이 왔단다. 결혼한 친구들이 살아보니까 돈이 최고더라 해서 부모님이 갑부인 돈 많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부의 행복도 잠깐, 결혼 4년만에 부도가 났다. 의사니 변호사니 조건 좋은 신랑감을 키가 작고, 못생겼고, 느낌이 오지 않는다며 이런저런 핑계로 마다했던 지난날을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두 친구가 다 착하고 성실해서, 그녀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다행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 조건이나 사랑을 우선으로 한 친구들이었지만, 완전한 행복보다는 후회와 아쉬움을 엿볼 수 있었다.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인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고, 존중과 배려의 마음이 필요하다. 사랑과 조건의 이중성을 논한다는 것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라는 논리의 오류다. 양날의 칼을 안전하고 조화롭게 만질 수 있는 인내와 내공도 필요하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꿈을 공유한다면 사랑의 유효기간도 길어지지 않을까.

한용운 님의 시 ‘사랑하는 까닭’에서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은 나의 백발도, 나의 눈물도,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처럼 홍안과 미소와 건강 뿐만 아니라 백발과 눈물과 죽음까지도 사랑하는 있는 그대로의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우리가 추구해야 되는 진정한 사랑의 가치에 대해 깊은 번민에 빠져본다. 순수하고 열정적 사랑과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조건의 배우자를 용기 있게 선택해서 단단한 열매로 일궈가는 지혜로운 청년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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