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폭력
응급실 폭력
  • 승인 2018.07.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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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둥
대구시의사회 정보통신 이사
결국 또 터졌다. 얼마 전 전북익산 지역 중소병원 응급실에서 술 취한 가해자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무차별 폭행하고 살해 협박까지 일삼은 것이다. 이 폭력 사태는 폭행 장면을 담은 동영상과 함께 살해 협박 사실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국민 여론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 사건을 술 취한 자가 벌인 범죄라는 사실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자신이 원해서 술 마시고 술 취해서 벌이는 짓거리에 대해서 너무 관대하다. 일명 “주취감경제도”를 너무 쉽게 적용해주는 법 관행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술에 취해 본인이 책임질 수 없었던 행위를 벌하지 않기 위한 제도지, 예견할 수 있었던 주취상태의 범죄행위를 처벌하지 않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이번 사건처럼 자의식을 가지고 의사와 대화하다가 폭행으로 이어진 경우는 절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더 큰 문제는 경찰의 대응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를 마치 술에 취해 길가에 있는 쓰레기 통 걷어찬 사람 대하듯 했다. 이런 태도는 이후 조사과정에서도 이어져 살해협박을 일삼은 자를 불구속 조사하기로 한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고소장도 담당형사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접수를 미뤘다. 최일선의 법 집행 기관으로서 사안에 대한 기본 개념이 부족했다고 보는 이유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가장 중대한 본질은 진료 공간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일어난 폭행 사건이라는 것이다. 진료실, 응급실, 병동 등 모든 의료기관의 진료 공간은 길거리와는 다르다. 가뜩이나 심신이 약한 환자들이 치료 받는 공간이며 그 곳에서 일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들이 진료에 집중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상황은 응급환자를 포함 모든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엄청난 2차 피해를 유발한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119 구급차에게 길을 터주는 것이 당연한 도리인 것처럼, 이제 의료진 대상 폭력 행위에 대한 공권력의 보다 냉정한 대처와 국민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행위를 의료진 개인에 대한 폭행 그 자체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2차적인 피해가 그 언제 어디서라도 돌아 올 수 있다는 것이 진료실 폭력 사건의 진정한 본질이다.

지금까지 의료계는 폭행·협박의 피해자가 의료인인 경우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높여 입법을 이끌어 냈고 그 결과 2016년 11월 이후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의료기사와 간호조무사 포함), 또 진료를 받는 환자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한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런데 이런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형벌의 효과에 대하여 흔히들 언급하는 것이 ‘위하력’인데 처벌의 수위를 높여 일반인들이 그 처벌의 강도를 두려워함으로써 죄를 짓지 않게 하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위하력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아무리 처벌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은 인간에 대한 폭행·협박이기 때문에 살인과 같은 정도의 처벌수위로 정할 수는 없다보니 대개 벌금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위 법 조항에서도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벌금형만으로는 형벌의 위하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추가적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야간 응급실에 경찰 인력을 배치할 것을 제안한다. 경찰 제복이 일반인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기 때문에 폭행·협박을 1차적으로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치경찰제의 시행을 앞둔 경찰조직으로서도 나쁘지 않다. 의료진의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해 주민들의 진료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경찰조직이 선제적으로 의료기관에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명분은 물론이고 호의적인 여론을 등에 업는 실리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사건 발생 시에는 철저한 조사와 예외 없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의 보다 더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가해자에 대한 온정적인 시선 또는 수사기관의 미온적 태도이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의사를 때렸을까’와 같은 미숙하고 편협한 시선들은 이런 사건으로는 확실히 처벌 되지 않는다는 신호를 잠재적인 가해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물론 국민들의 경각심일 것이다. 최종 피해자는 나 자신과 가족들 모두임을 반드시 인지해야만 한다. 의료계는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이런 행동에 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지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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