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스토리텔링,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대구논단>스토리텔링,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 승인 2010.01.2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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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미래학자 롤프 예센(Rolf Jensen, 1942∼)은 `정보화 시대가 지나면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즉, 미래에는 이야기와 꿈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예센의 견해가 아니더라도 이미 역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왔다. 인간의 기록인 `역사(history)’도 따지고 보면 높은(hi) 수준의 이야기(story)가 아닌가? `지리산(智異山)’을 쓴 소설가 이병주(李炳注)는 “무릇 이야기가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바래면 신화가 된다”고 한 바 있다. 즉 이야기에 인간의 모든 것이 다 녹아있다는 말이다.

지금은 상품에도 이야기를 입혀야만 팔리는 시대가 되었다. 예를 들면 “어느 왕실에서 이 커피를 마시고 이혼을 극복했다더라.” 또는 “이 자동차는 유명한 007 영화에 나오는 것이다”, “이 선글라스와 나이프가 미국 첩보 영화에 나오는 바로 그것이다” 등으로 이야기를 등에 입은 상품은 부지기수이다.

관광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국토의 90%가 바위이며, 해적들의 아지트로 유명했던 모나코는 세계에서 둘째로 작은 영토를 가지고 있다. 이 보잘 것 없고, 조그만 나라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관광대국이 된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두 말할 것 없이 스토리텔링에 힘입은 바 크다. 물론 몬테카를로의 카지노,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경주 등 특화된 관광 상품과 이를 알리려는 끊임 없는 노력이 바탕이 됐지만 그보다는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1등공신이라고 한다.

그레이스 켈리는 1956년 모나코 레니에 3세 왕자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그녀의 배우 경력 내내 지켜왔던 우아함과 고고함의 정점을 만들어내었다. 결혼 후 왕비로서 그레이스 켈리의 언행과 패션, 사생활은 그 자체만으로 큰 유행을 창조하면서 세계적인 마케팅 파워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실제로 왕비가 카롤린 공주를 임신했을 때 배를 가리며 유명해진 헤르메스 가방은 모나코 왕실의 허락을 받아 `켈리 백’이라는 정식 이름을 붙여 전 세계에 팔려나갔고, 모나코는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올렸다.

일본 지바현의 `마더 목장’은 이름에 붙은 이야기로 하여 더욱 널리 알려진 체험 관광 목장이 되었다. 창업자인 마에다 히사요시는 어린 시절 궁핍한 농가에서 자라면서 `집에 소 한마리만 있었으면’하는 바람을 늘 마음속에 간직해왔다고 한다. 그리하여 열심히 노력한 그는 간신히 작은 목장을 마련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그의 어머니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마더(mother)’를 앞에 붙였던 것이다.

이 목장에서는 우유 짜보기, 양털 깎기, 양치기 개의 양몰이 쇼, 꼬마돼지 경주, 양들의 대행진, 현지 재료로 버터와 치즈 만들어 보기 등의 각종 체험코스를 경험하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으로서 어머니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너 마리의 젖소로 시작한 `마더 목장’은 지금까지 100여만 명의 방문객을 받아 한화로 약 4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현지인은 물론이고 한국과 대만, 중국 등 외국 관광객만 해도 매년 4천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를 바탕에 깔면 스토리텔링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번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과정에서 강원도 영월 장릉의 `단종애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유네스코 현지 실사단이 `장릉’을 방문했을 때에 단종의 애절하고 슬픈 이야기를 들은 후 감동했고, 비로소 조선 왕릉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 대구는 어떠한 스토리텔링으로 승부를 할 것인가? 시민 모두는 대구를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개발해야 할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직접 만들어나가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역사와 신화를 함께 만들어 내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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