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
일과 삶의 균형
  • 승인 2018.07.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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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또 하나의 준말이 요즘 주목받고 있다. 바로 워라밸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이다. 한국식 영어를 뜻하는 콩글리시지만, 기발하다. 요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유는, 높은 연봉이나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 직장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잦은 야근이나 특근으로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없을 바에는 연봉이 좀 적다고 해도, 여행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한다는 것을 반증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들의 워라밸에 대한 만족도는 9.5%에 불과하다고 조사된 바 있다. 그만큼 현실과의 괴리감은 크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혼부부 88만 가구, 청년 75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정부와 대비해 3배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서,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주거복지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국민들의 삶에서 주거가 너무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청년들과 신혼부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주거를 구하기조차 힘들다. 그동안 내 집 마련을 위해 개인과 가족이 너무 큰 짐을 져왔다. 이제 국가가 짐을 나눠지겠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정책발표 전에 본인이 결혼 후 12~3년을 전셋집을 전전했으며, 41살에 처음 집을 장만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정책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N포 세대라고 한다. 하나둘 포기하다가, 지금은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할지 모르는 세대를 일컫는다. 청년들이 결혼은 고사하고, 이젠 평생직장이라는 것은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선 노총각, 노처녀들은 흔히 볼 수 있다. 노(老)가 아니다. NO다. 결혼을 희망하지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귀는 사람이 있어도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유연애를 꿈꾸는 낭만적인 해석이 아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을 포기한다는 것은 출산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이야기다.

올해 신생아 수는 겨우 30만 명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1981년 이후 최저를 기록할 지도 모른다. 이 추세대로라면 국가위기가 올 수도 있다. 저출산은 단순히 인구가 줄어든다는 개념이 아니다. 기존 국가, 경제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과다한 교육기관의 폐교를 시작으로 실업자 수의 증가, 제조를 비롯한 인력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부문들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저출산은 국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해결해가야 할 문제다. 임대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리면 예정지 일대에서는 반대 여론이 들끓는다. 이런 현상을 님비(Not In My Backyard; NIMBY)라고 하는데, 한 마디로 지역이기주의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뜻이다. 무서운 말이다. 장애인 시설이나 쓰레기 소각장 등은 설치될 때마다, 정부와 주민의 심각한 마찰을 동반한다. 속내는 비슷하지만, 반대되는 핌피 현상(please in my front yard; PIMFY)도 있다. 이익이 되는 관공서나 학교 등은 지방자체단체까지 나서서 유치운동을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 노릇인가.

수준은 ‘급(級)’과 비례한다. 수준이 낮으면 급이 낮아진다. 이는 격(格)과도 멀지 않은 개념이다. 국민의 수준은 공공의식에 있다. ‘난 절대 손해 볼 수 없다. 득이 되는 것만 가질 테니, 어서 내 놓아라.’라고 주장하는 ‘우리’의 수준은 어느 급에 해당이 될 수 있을까? 격이 떨어지는 시위나 집회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어이없다. 그러니 기초의원 선거에서 툭하면 뭘 유치하고, 뭘 이전시키겠다는 속 보이는 유혹이 먹혀들어가는 수준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주민맞춤식 선거가 끝나고 나니, 공약이행의 시늉은 해야겠고, 불필요한 지방 예산과 인력을 써가며 소모전을 벌이기도 한다.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해시설의 경우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면, 정부가 다각적으로 검토한 후 안전하다고 판단한 곳에, 설치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반대를 계속 하다보면 안전하지 못한 곳이라도 선정을 해서 실행해야만 한다. 필요하니까 설치하는 것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안전과 유지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 힘을 모으는 것이 효율적이다. 게다가 이번 정책발표는 저출산 해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다. ‘워라밸’을 표방한 임대 주거시설은 유해시설도 아니다. 방사능시설이나 핵폐기시설처럼 유해시설이 아닌 주거시설이 들어서면, 상가를 비롯한 교육기관의 증설도 불가피하다. 지역의 활성화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데, 정부는 님비현상을 우려한다고 한다. 이런 걱정이 부디 기우(杞憂)에 그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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