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준 ‘역설적 낙원’展…15일까지 아트클럽 삼덕
신명준 ‘역설적 낙원’展…15일까지 아트클럽 삼덕
  • 황인옥
  • 승인 2018.07.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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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모양의 산 꼭대기·물방울 형태 화분…
평범한 풍경을 작가만의 아이디어 덧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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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준 개인전이 아트클럽 삼덕에서 15일까지 열리고 있다.

뭉게구름을 헤치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수직 본능의 비행기, 누워있는 사람 얼굴 형상을 한 산 정상, 물방울 형태의 점으로 표현한 추상성이 농후한 화분,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는 갈라진 소나무 등껍질 등의 사진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건설 현장이나 하수처리장을 무심하게 찍은 영상도 돌아가고 있다. ‘산책’이라는 주제의 산 모형도 설치했다.

15일까지 열리는 아트클럽 삼덕 전시에 내 놓은 신명준의 작품들인데, 연하고 부드러웠다. 날선 비판이나 심오한 철학적 프레임에 작품을 가둔 흔적은 없다. 작가가 “문득 고개를 돌리면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풍경들에 나의 예술적 아이디어와 상상을 더한 작품”이라며 “결국 내 이야기”라고 했다.

전업작가로 산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외로움을 견뎌야 하며, 영광의 문은 좁다. 선뜻 선택하기에는 두려움이 앞선다. 이제 갓 작가의 길에 들어선 청년에게 그 무게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신명준은 일찌감치 작가를 꿈꾸었다. 중학교 때였다. 미술과목을 가르쳤던 담임교사의 권유가 있었지만 미술이 적성에 맞았던 영향이 더 컸다.

그러나 막상 2016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는 갈등했다. ‘취업’과 ‘전업작가’ 사이에서의 갈등은 졸업을 앞둔 미대생들의 통과의례처럼 됐다. 그러나 결국 그는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아트클럽 삼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작가면 몰라도 특정 공간에 영향을 받아 전업작가의 길을 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신명준에게 아트클럽 삼덕은 특별하다. 아트클럽 삼덕은 해방 직후 지어진 단독주택인데 독립유공자 신재모 선생의 집이다. 신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칠곡 출신의 독립운동가다. 대구 진우연맹의 지도자로 활동하고, 무정부주의 계열 운동을 펼쳤다. 신명준은 신재모 선생의 증손자다. 아트클럽 삼덕은 신명준의 부친이 전시장으로 내놓은 공간이다.

“제가 회원으로 소속되어 있는 그룹 썬데이페이퍼가 아트클럽 삼덕의 운영을 맡아 지금까지 18회의 전시를 열었어요. 이 공간을 선배들과 함께 연구하고 선배 작가들의 전시를 보면서 작업에 대한 진정성 있는 열정을 봤고, 그러면서 전업작가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죠.”

이번 전시 제목은 ‘역설적 낙원’. 아트클럽 삼덕을 낙원이라고 상정하고 마음 속 상상의 낙원을 은유적으로 펼쳐냈다. ‘낙원’은 전업작가 신명준의 작가로서의 방향성이다. “일상을 휴가로 받아들였을 때 작업을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일상이 낙원인 것이죠.”

일상을 휴가처럼 바라보며 전시장과 작업실을 낙원 삼아 살고 싶은 신명준. 그의 예술적 자양분은 ‘낯섦’이다. 그는 일상에서 만나는 풍경이나 대상을 낯섦으로 새롭게 재인식한다. 그리고는 부정적 감정으로 흐를 공산이 큰 낯섦을 설레임이라는 긍정 모드로 치환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야기를 대입한다. 신명준의 예술은 일상에서 낯섦을 매개로 길어올리는 자신의 이야기다.

그가 예술을 “대상과의 밀고 당김 속에서 만들어지는 주름이며, 그것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삶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중한 증표”라고 언급했다.

“간혹 나침반이 고장 나 엉뚱한 길을 알려줄지도 모르고, 저는 길을 잃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일상을 통해 어딘지 모를 정상을 향한 무채색적인 발걸음을 내딛을 것입니다. 기억 속 어딘가에서 들리는 메아리를 따라서 영원히 가고 싶어요.” 010-4427-1017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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