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를 추억하며
최인호를 추억하며
  • 승인 2018.07.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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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렸던 소설가 최인호. 고교 2학년 때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천재작가의 면모를 보였던 그는 소설 ‘별들의 고향’, ‘적도의 꽃’, ‘잃어버린 왕국’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바보들의 행진’, ‘병태와 영자’, ‘고래사냥’ 등의 시나리오를 통해 영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70년대 청바지와 통기타 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다. 침샘 암으로 투병 중에도 작가로서의 열정을 불태웠던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다 되어간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세 시간 전 최인호는 ‘주님이 오셨다. 이제 됐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단다. 마흔셋에 맞이한 어머니의 죽음으로 가톨릭에 귀의한 그는 최후의 순간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밝은 미소로 받아들였다. 참으로 부러운 사람이다. 부인과 딸 다혜가 ‘아이 러브 유’하자 ‘미투’라고 답하곤 곧 숨을 거두었단다. 가족과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세상에서의 이별을 한 이야기에 당시 나는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물론 알고 있다. 내 인생의 고갯길 저 너머에는 육신의 아버지가 아니라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는 영혼의 하느님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순일곱의 어른인 나는 다섯 살의 어린 때보다 더 큰 두려움과 고통과 불안과 미혹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런 고백에도 불구하고 그는 막상 닥친 죽음 앞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통도 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가족에게 남기고 떠났다. 마지막까지 의식이 있는 가운데 가족들과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그것을 가슴에 담고 떠난 그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

컴퓨터로 작업한 글은 ‘마치 기계로 만든 칼국수’같다던 그는 원고지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써나갔다. 생각을 따라잡기 위해 빠른 속도로 휘갈겨 쓴 그의 글씨는 출판사의 단 한 사람만이 그의 글씨를 알아보고 활자화 했단다. 최인호는 이런 온기를 담은 글로 장편 소설 뿐만 아니라 무려 34년 6개월간 월간 샘터에 연재한 ‘가족’을 통해서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오랫동안 선물했다.

최인호가 당시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불과 스물여덟에 모 일간지에 연재한 소설 ‘별들의 고향’을 읽기 위해 그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매일 아침 배달되어 오는 신문을 기다리곤 했다. 그가 투병 중 쓴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읽던 도중 책을 잃어버려 끝까지 다 읽지는 못했지만 내가 접한 그의 마지막 작품에서 여전히 단단한 그의 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최인호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도시 작가가 드물다. 보통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서울에서 타인이다. 항상 그들에게 서울은 묘사되고 있지만 그들에게 서울이라는 도시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니까 하숙생의 눈으로 서울을 보는 거라고. 나는 아니야 나에게 있어 서울은 극복해야할 그 무엇도 아니고 그저 삶 자체라고. 그 점은 ‘별들의 고향’에서부터 나타난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우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작가와는 차별되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이러한 색채를 담은 그의 작품으로 인해 우리들은 또 다른 자양분을 받을 수 있었던 세대라고 생각한다. 그가 그려낸 인물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위로 받았으며, 또한 그에게 빚을 졌다고 느낀다.

나는 그의 소설을 꽤 여러 편 읽기는 했지만 문학적 안목을 갖춘 사람이 아닌지라 최인호 소설의 작품성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는 그와 그의 가족 이야기에 잔잔한 감동을 받는다. 사랑하는 딸 다혜와, 다혜의 딸 정원이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딸의 딸’이라는 책을 읽노라면 따뜻한 온기가 마구 넘쳐흐른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가장 아프고 슬픈 이별의식 앞에서 보여준 아내와 딸과 나눈 대화, 죽음을 두려워한 생전의 고백과는 달리 환한 미소로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는 모습에서 소설가 최인호의 작가로서의 업적보다 더 큰 것을 그는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오히려 우리를 위로하고 큰 선물을 준 한없이 고마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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