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방식 파괴한 전위적 수묵산수화
전통 방식 파괴한 전위적 수묵산수화
  • 황인옥
  • 승인 2018.07.12 2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문예회관 청년작가전 차현욱
서양화 그리듯 먹과 한지 사용
실제 방문한 장소에 상상 결합
애니메이션·SF적 요소 ‘툭툭’
현실과 비현실 섞인 풍경 표현
20180711_142557
차현욱 전시작.


20180711_142534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인간 세상도 있다. 하늘과 땅의 경계는 모호하고, 현실인지 비현실지도 불분명하다. 김남수 안무비평가는 “SF(공상과학)와 산수의 결합, 초이성의 공간”으로 표현했다. 차현욱(사진)이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 ‘2018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내놓은 작품이다. 작가 역시도 “현실과 비현실이 섞인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풍경인데 현실과 비현실의 공존? 언뜻 한 작품이 스쳤다.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 도원을 보고 안견에게 그리게 한 ‘몽유도원도’다. 현실세계인 야산을 지나 비현실의 도원 세계로 넘어가는 안견의 설정이나 차현욱이 현실세계의 풍경에 광활한 우주를 끌어들이며 현실과 비현실의 아찔한 줄타기를 하는 구성이나 다르지 않았다. 현실보다 꿈속에서나 존재할법한 풍경이라는 점도 두 작품을 묶는 연결고리다.

그러나 600년의 시간차는 엄연히 존재했다. 차현욱은 안평대군이 염원했던 이상세계를 동경하기보다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광활한 우주, 현실세계의 확장을 꿈꿨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신몽유도’. “비현실이 현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어요.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저는 상상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고, 경계를 부수며 세계를 확장하고 싶었어요.”

산과 하늘과 개울과 사람을 배치했다. 먹과 한지로 그렸으니 영락없는 동양의 풍경화다. 그런데 선(線)적 요소를 중심으로 관념(觀念)적으로 표현한 동양의 산수화라고 하기에 앞태나 뒤태가 확연하게 달랐다. 여백없이 꽉 찬 화면에 애니매이션같은 SF적인 요소들이 넘실댔고, 자박자박한 이야기들도 툭툭 튀어 올랐다. 그러면서도 오케스트라처럼 하나의 주제에 녹아들었다. 한지와 먹으로 표현한 전위적인 현대미술, 딱 그 범주였다.

“먹과 한지는 다양한 물성 중 하나입니다. 상상을 통해 현실세계를 확장하고픈 저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데 부합해서 선택한 거죠. 그 안에 담겨지는 내용이나 방법론은 오히려 더 실험적이죠.”

작품 속 풍경은 구룡포, 가창 창작스튜디오, 네팔의 안나푸르나 등 작가가 실제로 방문했던 장소다. 특정 장소에서 받았던 감흥을 사진으로 남겼다가 작품 속 풍경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현실의 땅과 비현실의 하늘 풍경은 다루는 방식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둔다. 물론 땅과 하늘에도 현실과 비현실은 공존한다. “다양한 차원으로의 표현은 화폭 속 이야기들을 자박자박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죠. 현실과 상상이 혼재하니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넘실되겠어요?”

차현욱의 먹과 한지로 표현한 풍경은 발랄하다. 아크릴이나 유화가 아닌 먹으로 실재와 상상이 혼재된 SF같은 풍경을 몽환적이면서도 달달하게 표현해서 더 발랄해 보일지도 모른다. 한지에 물을 뿌리고, 그 머금은 지질 위에 마른 붓으로 골법처럼 흔적을 남기고 번지게 하는 먹의 물성이 SF적인 요소를 극대화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주는 주로 행성이나 별로 표현하는데 우리가 정확하게 볼 수 없는 세상인 만큼 아련하게 표현되죠. 그것이 진실일수도, 진실이 아닐 수도 있죠. 그 몽환적인 느낌은 오히려 먹의 스며드는 물성이 최대화하는 것이죠.”

차현욱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 풍경을 추상적으로 표현해왔다.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와 상상의 풍경을 뒤섞고,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지금의 화풍으로 변화한지는 1년이 채 안됐다. 그가 가까운 기억을 꺼냈다. “2016년에 대전에 있는 천문대에 여행가서 천체망원경으로 목성을 보게 됐어요. 그때 유년기에 시골에서 보았던 밤하늘의 별들이 떠올랐어요. 어린 시절 매료됐던 별과 우주가 제 의식위로 올라온 것이죠.”

작품명이 ‘밤에 핀 꽃’, ‘가득한 밤’, ‘사라진 밤’, ‘밤의 해변’이다. 밤의 세계라는 이야기다. 밤풍경은 낮풍경과 달리 어둠이 주는 드러남과 숨겨짐이 있다. 그에게 밤은 흡사 꿈결 같다. “태양빛에 가려져 있지만 밤이 되면 존재를 발하는 우주와 행성을 통해 진실 너머의 진실에 다가가고 싶었어요.” 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25∼40세 사이 청년작가를 상대로 하는 차현욱이 참여하는 ‘2018 올해의 청년작가전’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8월 12일까지. 황인옥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