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치솟고 인건비 오르고…자영업자 설 곳 없다”
“임대료 치솟고 인건비 오르고…자영업자 설 곳 없다”
  • 홍하은
  • 승인 2018.07.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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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감 도는 칠성시장 가구골목
주말에도 오가는 손님 없어
며칠씩 문 닫아 놓는 가게도
용달 이용 하루 고작 1, 2건
“퇴근 후 생활 좋아진다고…
한 번 나와서 확인해 봐라
아무것도 안 하는게 이득”
가구골목2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가구골목은 14일 주말이지만 오가는 손님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홍하은기자

“인자 우째 살아야 하노. 임대료랑 인건비는 계속 오르지, 매출은 반도 안되지. 이러다 가족 모두 거리로 나앉아야할 판이야.”

지난 14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가구골목에서 30년 넘게 남편과 함께 가구매장을 운영 중인 박영애(여·70) 사장은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2시께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가구골목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오가는 손님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골목 안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각 매장 입구에는 ‘세일 완전 원가에 판매’, ‘고급 가구 싸게 팔아요’ 등 손님끌기용 현수막이 색이 바랜 채로 걸려 있었다. 골목 내 몇몇 가게는 문이 닫혀 있었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가구골목 내 상인들은 가게 문 입구에 앉아 손님이 지나가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한 여성이 골목을 스쳐 지나가자 각 매장 상인들은 너도나도 가게 문을 열고 밝은 목소리로 “아가씨, 뭐 찾으세요? 찾으시는 물건 저희 가게에 다 있어요. 싸게 드릴게요”라며 손님잡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그 여성이 가게를 스쳐지나가자 상인들은 실망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박 사장도 실망하긴 마찬가지다. 박 사장은 “여기 골목 안 가게들 상가 권리금 등 때문에 문 닫지 못해 여는 가게가 반도 넘을 것”이라며 “먹고 살려고 문을 열어놨는데 매출은 안나오지 물가는 계속 오르지 갑갑할 노릇이다. 나뿐만 아니라 골목 안 가게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푸념했다.

박 사장은 가구골목이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대구에서 가구 사는 사람은 무조건 칠성시장 내 가구골목을 찾을 정도로 손님이 붐볐다. 원래 맞은편 거리까지 다 가구매장이었는데 지금은 정리할 사람은 다 정리하고 일부 가게만 남았다”면서 “임대료 내고 남는게 없으니 며칠씩 문닫아 놓는 가게도 더러 있다”고 했다.

가구골목 상인들은 사면초가에 처했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매출은 매년 감소하는데 임대료 값과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곳에서 가구매장을 20년 넘게 운영 중인 K씨(57)는 “여기 임대료는 매년 오르고 있다. 도로가는 임대료가 500만원이 넘는데 매출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마진도 불과 몇 년전보다 20~30% 떨어졌다”며 “본인 건물인 상인들은 그나마 낫겠지만 아닌 사람들은 죽을 맛이다. 매일 문 열어놓아도 임대료도 못 낼 판이다”고 했다. 그는 현장 상황도 모르고 인건비만 계속 올린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K씨는 “지금 정부가 주 52시간 하면 국민들이 퇴근해서 소비도 하고 삶의 질도 좋아진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한 번 와서 둘러봐라”면서 “인건비만 무턱대고 올리니 자영업자나 영세업자들은 살기 어려워 더 돈을 안 쓴다. 소비가 이뤄져야 돌아가는 가구골목은 더 죽는 것이다. 노동시간 줄이고 인건비 올린다고 국민들 형편이 나아지는게 아닌데 참…”이라며 비판했다.

모 가구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현숙(여·50) 사장도 “다들 장사잘 될때는 직원 4~5명 두고 운영했는데 현재는 다 가족끼리 하는 분위기”라며 “장사가 안돼서 매장을 줄이는 가게도 많다. 예전에 지하까지 매장을 둔 가게도 지금은 장사가 안돼 지하는 그냥 닫고 1층만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가구골목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가구를 배달하는 용달화물 업체도 연달아 경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가구골목에서 만난 손기진씨는 가구용달을 중심으로 용달화물업체를 35년 운영했다. 손기진 용달화물업체 대표는 “예전에 가구골목에서 가구 용달만 하루에 15번 넘게 했었는데 요즘은 1~2번 정도다.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경기가 안 좋다보니 사람들이 원래 있는 가구들로 사는 경향이 강해졌다. 아무것도 안 하는게 오히려 덜 망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다들 창업이나 사무실 개업을 안한다. 이때문에 사무실용 가구를 사러 오는 사람이 확 줄었다. 덩달아 용달업체도 힘들어졌다”고 했다.

용달화물업체를 13년 운영한 김광수씨도 “매년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름값이랑 물가는 점차 오르는데 배달가는 횟수는 줄고 있다. 용달업체도 예전에 비해 늘어나 없는 주문 가운데 경쟁까지 하기 위해 단가도 낮춰야 해 남는게 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홍하은기자 haohong73@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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