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막 없이 벤치만 ‘땡볕 쉼터’
그늘막 없이 벤치만 ‘땡볕 쉼터’
  • 장성환
  • 승인 2018.07.1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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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예산낭비·전시행정 비난
자갈밭 위 조성…천막·파라솔 등 전무
주민들 “의자 더 달궈져서 이용 불가”
중구청 “사유지라 추가 조치 힘들어”
주민쉼터
폭염이 연일 이어진 18일 한 시민들이 대구 중구의 더위에 텅빈 주민쉼터를 바라보며 지나가고 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주민 쉼터에 더위를 피할수 있는 그늘막 이나 정자 등이 없어 봄철 저녁시간을 제외하고 쉼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전영호기자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땡볕에 달궈진 주민 쉼터가 이용자가 없이 방치되고 있어 예산만 낭비하는 전시행정 사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오후 1시께 대구 중구 대봉동 대구향교 부근의 한 주택가에는 ‘간이 주민쉼터 개장안내’라는 표지판과 함께 자갈 위에 벤치 4개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햇빛을 막기 위한 그늘 천막이나 파라솔 등은 마련돼 있지 않아 벤치와 자갈이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근처를 지나다니는 행인들은 연신 손 부채질을 하며 더운 날씨에 힘들어했지만 쉼터로 들어가는 주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의 또 다른 쉼터도 마찬가지였다. 벤치 2개와 평상을 설치해 주민들이 쉴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해 놨지만 강한 햇빛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다.

주민 조금희(여·71)씨는 “쉼터라고 써 붙여 놓고 의자를 몇 개 가져다 놓기는 했는데 오히려 여름에는 해가 져도 자갈이 머금고 있는 열 때문에 쉼터가 제일 더운 곳이 돼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며 “이왕 쉼터를 만들 거면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세심한 배려를 해줘야지 저게 뭐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청은 지난 2013년부터 ‘빈집 정비 사업’을 통해 폐·공가를 쉼터·주차장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폐·공가로 인해 주민들의 주거환경이 저해되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쉼터 중 다수가 벤치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용하지 않은 빈 시설에 머물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주민과 전문가들은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비판하고 있다. 현장 주변 환경과 주민들의 수요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벤치만 설치해 오히려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갈밭에 벤치만 놓여있는 형식적인 쉼터가 아닌 그늘과 흙바닥이 갖춰진 제대로 된 쉼터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중구청은 해당 공간이 개인 사유지라 추가적인 조치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빈집 정비 사업’으로 만들어진 쉼터는 건축주의 신청을 받아 3년간만 공공용지로 활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나무를 심거나 그늘 천막을 치려면 건축주의 동의를 새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예산 문제 등 여러 제약이 있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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