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식을 선도하려다가 도리어 상한다(反夷)
아버지가 자식을 선도하려다가 도리어 상한다(反夷)
  • 승인 2018.07.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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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교장


올 여름은 벌써 유난히 덥다.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곧 시작되리라.

필자가 교사로 시골에 근무하던 40여 년 전의 일이다. 아이들에게 방학 중에는 특히 안전에 많은 주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났었다. 시골에 사는 아이들이라 특히 독충과 뱀을 조심하라고 했다. 그런데 동네 아이들 여러 명이 무리지어 놀다가 뱀을 잡았었다. 그 중에 개구쟁이 재일이가 뱀을 잡아 손에 쥐고는 “깨물어라! 깨물어라!”하면서 놀리다가 뱀 이빨에 집게손가락이 살짝 걸려서 독이 손가락에서 팔뚝으로 번졌다. 택시를 불러 읍소재지 병원에 달려갔더니 손목을 잘라야 한다고 하였다. 의사 선생님께 눈물을 흘리며 애원해 우선 집게손가락만 절단하기로 하였다. 끔찍스러웠다.

당시 아이들은 집에서 부모님의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그저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서 자연을 벗하면서 지냈다. 그러면서 친구 사이엔 옳은 일은 행하도록 서로 권하였다. 이것이 소학에 나오는 ‘붕우책선(朋友責善)’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유보인(以有補仁)하였다. 즉 친구끼리는 어짊을 보완하였다.

요즘 학생들은 방학이 되면 어떨까? 십중팔구는 바쁘다. 어쩌다 집에 머물면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아버지의 호령은 ‘착한일 하라’는 ‘책선(責善)’에 대한 일방적 강요일 것이다. 책선(責善)의 의미는 ‘자식이 아버지께 차근차근 말씀드리고, 자식에게는 아버지가 항상 잘 살펴보라는 부자간의 소통하는 도리’를 일컫는다.

제자 공손추가 맹자에게 “군자가 자식을 가르치지 않음은 어째서입니까?”하고 여쭈었다.

맹자는 “자식을 가르치는 자는 반드시 올바름으로써 말해야 한다. 그런데 그 올바름이 행해지지 않으면 노함이 뒤따르고, 노함이 뒤따르면, 아버지가 자식을 선도하려다가 도리어 상한다(反夷). 아버지께서 나를 바름으로 가르치시지만, 아버지도 행실이 바름에서 나오지 못하신다고 한다면, 부자간에 의를 상하는 것이다. 부자간에 의를 상하면 나쁜 것이다. 옛날에는 자식을 바꾸어 가르쳤다. 부자간에는 선으로 책하지 않으니, 선으로 책하면 정이 떨어지게 된다. 정이 떨어지면 나쁨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는 것이다.”라고 일깨어 주었다.

고운 최치원이 쓴 가야산 해인사 ‘선안주원벽기(善安住院壁記)’에는 이(夷)에 대한 중국의 문헌 기록을 하나하나 열거한 내용들이 있다.

예기에 이르기를 ‘동쪽을 이(夷)라 한다.’하였다. 후한서를 쓴 범엽은 ‘이(夷)는 닿는다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이아(爾雅)에는 ‘동쪽 해 뜨는 곳에 이르면 넓은 평야이다. 그곳 사람들은 어질다.’라고 하였다.

서경에서는 요임금이 해를 관장하는 희중(羲仲)에게 ‘우이(夷)에 살게 하였다.’라고 하였다. ‘우이(夷)’는 ‘해 돋는 골짜기’이다. 시경에는 ‘서쪽에서 동쪽을 돌아보았네.’라고 하였다. ‘달마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왔고. 이(夷)는 평정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고 하였다.

최치원은 조국애가 강한 사람이었다. ‘오랑캐’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았다. 그는 신라왕의 칭호도 ‘거서간, 차차웅, 이사금, 마립간’으로 부르지 않고 ‘대왕’으로 칭했다. 신라의 자존심에 강한 의미부여를 일화기억으로 남겼다.

조선의 주자학자들이 존경하는 송나라의 주희가 살았던 무이구곡(武夷九谷)이 있는 산도 무이산(武夷山)이다. 이(夷)의 쓰임이 좋은 의미인 듯하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우리를 동이(東夷)라고 불렀다. 동이(東夷)는 ‘동쪽오랑캐’라는 의미인데 우리나라를 낮춰서 하는 말이다. 중국의 관점에서 동쪽, 남쪽, 서쪽, 북쪽의 사방오랑캐를 이만융적(夷蠻戎狄)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동이, 남만, 서융, 북적이었다. 천자문에 ‘신복융강(臣伏戎羌)’이 나온다. ‘오랑캐들까지도 신하로써 복종했다.’는 구절이다. 그때까지도 융(戎), 강(羌)을 ‘오랑캐’로 썼다. 옥편에도 ‘이(夷)’는 ‘오랑캐’로 음을 빌려서 쓴 것으로 되어 있다.

요즘 ‘매우 나쁨’이다. 미세먼지와 오존농도가 그렇다. 사실 연일 이어지는 폭염만 해도 견디기 어렵다. 경기도 안 풀린다. 불쾌지수도 매우 높다.

즐거운 여름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을 아버지가 선도하려 들지 말자. 의를 상한다. 의를 상하면 정이 떨어진다. 정이 떨어지면 나쁘다. 후일에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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